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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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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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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허상


BY 나리 2000-07-21

부산발 서울행 새마을 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눈 앞을 지나갔습니다
안전선 밖에 서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건널목을 지나 갔습니다
그런데 정신없이 걷던 내 다리는 일단 서버리자 다시 움직이질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기차길 가에 그냥 서 있었습니다 머리 속이 차츰 또렷해지고 있었습니다
철로변에 흐드러지게 핀 채송화들의 수를 하나,,둘..헤아렸지요
문득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어리석어 빠져갖고...?,- .
-누굴 닳아서 그런지 몰라..-
엄마는 제게 자주 그런 소리로 나무랗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한번도 내가 어리석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엄마도 그랬을까요? 그일이 있기전까진?

어느 화창한 봄 날 낮 선 할머니가 갓난 아기를 안고 와서 두고 가던날 . 엄마는 당신 머릴 당신이 쥐어 뜯으며 그러셨지요
<아이고 미친년 .혼자 똑똑 한척 하더니 ..서방 바람 피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

낌새 라는게 있다던데 ... 흔적이 있다던데...
아니 있었는데 어리석게도 엄마말처럼 어리석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놀았지요 뱀탕에 인삼까지 먹여가면서
세상 남자들이 다 그래도 내 남편은 아니라고 믿으면서.

기차가 또 지나가는군요
육손이.. 외할머니 품에 안겨 우리 집에 왔던 그 아기 이름이 육손이 였지요
기차 바퀴 밑에서 그 아이가 여섯개의 손가락을 흔들며 웃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