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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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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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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길옆 작은 집에


BY 나리 2000-07-17

기차길 옆 작은 집에



지난 것은 다 그립다고 누가 말했지만 ...

저는 너무 아파서... . 이런 기억에서 비껴나고 싶습니다

봉숭아..잘 여문 봉숭아 씨앗을 터뜨려 보셨는지요
건드리는 순간 감당할 수없이 사방으로 튀어버리는 그것 처럼 대책없이 눈물이 나와서 저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린체 헛 기침을 여러번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고개는 여전히 숙인 체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딱 부러지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쪽하고 할 이야기가 없으니가 제용씨 보내소>
제용씨? 저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녀는 남편이름을 너무나 자연 스럽게 불렀습니다
보통 여자들은 댁의 남편, 아저씨 ,혹은 아이 아빠 라고 하지 않습니까?

허나 내가 기분이 극도로 상한건 그것 때문이 아니고 남편하고만 이야기 하겠으니 남편을 보내라는 말 때문이엇습니다
저는 다소 격앙된 음성으로 말햇습니다
<그게 누구 돈인데 그런 말을 해요 결국 내가 갚을 돈인데>
그러나 그녀가 내 말을 삭뚝 자르는 거였습니다
<빌려줄만 하니까 준거지!>

그녀의 말투는 퉁명 스럽기 그지 없었고 이젠 인형을 들어 눈 알을 밖기 시작하는 폼이 절 무시하자고 작정한 듯 했지요
저는 분노로 손이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방금 전 까지의 안스럽던 마음이 삭 가시고 이 건방진 여자를 어떻게 하지? 하는 괘씸한 마음이 꽉 차더군요

<원래 이렇게 뻔뻔 스러워요? 그리고 쥐뿔도 없는 집안에 돈 빌려주면 감지덕지지 어째 당연하단 소리로 들리네요? 우리 남편이 댁네 남편한테 신세 진거 라도 있어요?>
저는 또박또박 표준말로 그녀에게 따졌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더니 태연 자약 일을 하며 말하길
<신세라면 신세고 죄라면 죄고..>

그 순간 저는 남편에게 돈을 빌려준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걸 후회해야 했습니다
봉수씨와 친구니까 그 동생도 알고 지냈고 알다보니 어쩌다 빌려준거려니 했는데 다른 무슨 이유가 있다니 그게 뭘까 궁금해 지면서 그걸 알고 왔더라면 말빨이 설텐데 싶었죠

그러나 다음순간 다 쓰러져 가는 이런 판자집에 더우기 그런 망나니 한테 신세 질게 뭐 있으랴 싶었습니다. 저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판자집을 휙 둘러보며 콧 방귀를 뀌었지요 그여자가 들으라고 말입니다 내 예상대로 자존심이 팍 상했나 보더군요
그녀가 갑자기 벼락 같이 소릴 질렀지요
<이런 집에서 산다고 우습게 보이나 본데 그러나 알라나 모르겟네? 제용씨가 이 집에 못 와서 안달인걸! 내가 맘만 먹으면 넌 당장 이혼이야 ! 어디와서 까불어 까불긴..>

거대한 망치가 한번 휘두르고 지나가면 그럼 기분일까요?
머리 속에 하얀 백지가 쫙 깔리더니 아무 생각도 없더군요
<엔간하면 아무 소리 안할려고 햇는데 고상하게 차려입고 와서
버티고 서 있으면 어쩔꺼야! 내 사는 꼬라질 봤으면 얼른 꺼질 것이지 뭘 더 보겟다고 폼재고 섰냐구!>

속사포같이 쏘아대는 그여자의 입을 저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또아리 튼 성난 독사 같았지요
그녀의 말이 끝나고도 한참 후에서야 저는 겨우 생각을 햇습니다
우선은 가자. 이여자 에게 물어볼 게 있지만 지금은 너무 어지 럽다 ...
돌아서 나오는 내 등에 그녀의 마지막 말이 꽃혔습니다
<다신 오지마! 이년아>
다리가 내 것 이 아닌 듯 허공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허공을 걷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