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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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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길옆 작은 집에


BY 나리 2000-07-13

1부 기차길 옆 작은 집에

<아이고 이것 좀 부쳐보거라.어께가 아파 죽겠다>

며칠에 한번 씩 엄마는 제 손에 하얀 파스를 한 장 씩 쥐어 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야야 거기 말고 조금 더 내려라 . 고 밑이 젤 한가운데 같다>

아픈 부의는 파스 너댓장 만한데 꼭 한장만 주면서 아픈 부위

한가운데 붙이라고 하더군요

여기붙이라고 해서 여기 붙이면

<아니다 조금 더 내려라 > 하고,
그래서 옮겨 놓으면 잠시 후다시

<야야 좀 올리자. 고 위에가 한 가운데 같어. 한 가운데 붙여야

약 효과가 사방으로 퍼져서 옆에도 덕 좀 보지>>

하시니 어린 저로서도 딱하고 안스럽고 그랬습니다

<에이 엄마는 서너장 붙이지!>

제 말에 엄마는 펄쩍 뛰셨지요

<야갸 뭐라카노., 이게 한장에 얼마치이는데>

그렇게 파스 한장도 마음껏 붙이지 못하던 엄마는 밤새도록

이리 누우면 좀 나을까 저리 누우면 덜 아플까ㅡ 이리 저리

돌아 누우셨지요 .그리고 새벽이면 식구들이 깰세라 조용히

이불을 빠져나와 부엌으로 가셨고 아침상을 부뚜막에 둔 체
밭으로 나가셨지요

남의 밭 배추며 시금치를 뽑아서 단으로 묶어 주는 것이 엄마의 일이었습니다

일 잘 하기로 소문났던 엄마는 일당제가 아닌 돈내기를 하셨지요


일 한만큼 삯을 받는거지요. 그래서 엄마의 허리와 어께는 늘 혹사 당했습니다

엄마는 말했습니다

"허리 한번 펴고 어깨 한번 두들 기는 시간에 배추 열개는 뽑제" ...

저는 고등 학교만 졸업하면 취직을해서 파스를 산더미

같이 사다 엄마 품에 안기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어느해 봄에 엄마는 밭에서 돌아 가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오학년 때였지요

돌아 가신 엄마 몸에 파스를 일곱장이나 붙였지요.

평생 올바른 직장 하나 없이 무위 도식 하셨던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