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기찻길 옆 작은 집에...
저로 말씀드리면 30대 후반의 착하고 알뜰한 주부예요
두딸은 무지 이쁘구요 남편은...착하구 성실하고 ...별명이 팔 반이지요 8시 30분이면 딱 집에 들어온다구요...
기차길 옆 작은 집에사는 우리 가족은 이제껏 별 걱정 없이 잘 살지는 못해도 그럭 저럭 아름답게 살아 왔는데 올 봄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너무나 건강했던 남편이 갑자기 밥 맛도 없다 ,기운도 없다 .매사가 귀찮다...하니 제가 어찌 걱정이 안되겠어요
일요일. 어디 놀러 좀 가재면
<그거 꼭 가야되? 나 죽겠어 다음에 가자..> 하구요
아이들 재워 놓구 제가 샤워를 좀 오래 하잖아요? 그러면 막 보채는겁니다
<여보 대충 씻고나와 나 먼저 잔다 오늘은 그냥 자자 여보 응?.
나 먼저 자 -___ 나 자!>
샤워하고 나오면 그이는 코를 골며 자고 있어요 .평소엔 코를 안 고는데 꼭 제가 샤워하고 나오면 코를 드렁~드렁~ 골고 있데니까요 자는 척 하는걸 내가 모를줄 알고...
그러니 어쩌겠어요 반찬도 신경을 엄청 쓰고 없는 형편에 인삼도 몇 뿌리 달여 먹였지요 근데 차도가 없더라구요 해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터에 남편의 친구 중에 봉태라는 친구가 있거든요? 이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형수님요 사내들 맥 못 추는덴 뭐니 뭐니 해도 그게 왔다 아인기요 보신탕! 아들 놈도 하나 보셔야 할 텐데 저래가꼬 어디 되겠습니까? 아이고 불쌍한 놈 신경쓸 게 많아서 그래요오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아입니까?>
저도 들은 말이 있고 해서 눈 딱 감고 한마리 사다 먹였지요
그러나 보신탕도 소문만 요란했지 효과가 없더만요 그러자 봉태씨가 또 권하기를
<형수님요 우리 사촌 형님이 꼭 저렇게 비실 비실 맥을 못 추더니만 그것 있지요 긴_놈 그놈을 더도 말고 딱 한마리 먹고 그냥 펄떡 펄떡 뛰었어요 힘이 남아 돌아서 세컨드 봤다가 형수한테 ?겨 났데니깐요>
좀 께림칙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노는 것도 싫다 밥 맛도 없다 무엇보다도 날 무서워 하는데..
그 놈 한마리 다 먹고 나더니 그 날밤 이러더군요
<씻구 와!>
그리고 별 들도 자는 깊은 밤에 막 잠이 들려는 절 팔베게를 해 주데요
<고마워 여보 나 땜에 신경쓰는 자길 보니까 조강 지처가 최고구나 싶어>
이 말을 들으니 해냈구나!싶은 뿌듯함이 절 에워싸더군요
(그래 나만한 조강지처가 또 어디 있을라구 호호호)
그런데 남편이요 잠 들려는 절 깨워서 봄부터 고백할 게 있었노라며 이야길 하는겁니다
<있지 여보 나 사고쳤어 .봉태 녀석 동생이 말야 하도 사정해서 카드 대출 받아서 300만원 빌려줬거든? 근데 이놈이 도망쳤어 봉태 녀석도 모르겠다고 하고 미치겠다 진짜 . 놀랐지? 내가 기운 없는 건 그것 때문이니까 자기 이제 보약 주지 마>
아이고 이인간, 사람 애간장을 있는데로 태워놓구 뭐시라?
그러나 저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간도 작은 사람이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밥도 안 먹고 자지도 못하고 할 것도 못하고 그랬겠습니까
그날 이후 저희는 김치하고 된장찌게만 반찬 리스트에 올리고 사는데 이 이간 꿀 맛 이레네요..그렇기도 하겠죠 뭐
근데 저는 왜 이리 밥 맛이 없죠? 샤워도 하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