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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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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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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BY 호박덩굴 2000-08-15


제 11화 재행 (신행)=마지막회

다 차려놓은 밥상을 받아놓고도 한 술 뜨지도 못하고 기냥 쫄쫄

굶고(?) 제주도에서 돌아와 처갓집으로 향했슴다.

처갓집으로 향하는 발길 또한 천근만근!이었으니...

신랑 다루기! 이 넘 때문임다.

거꾸로 매달아 발바닥을 치네... 필름이 끊길 때 꺼정 술을 맥이네...

밤새 노래를 시키네...신부를 업으라네...예전 같으면 신방에 무

수한 빵꾸를 뚫는?

칭구 넘들이 흘려준 정보에 의하면, 갖은 방법으로 신랑을 괴롭

힌다는데...

우짜지?

수박을 굴릴 수 있는 대로 굴려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

지 않았슴다.

'에라~ 몰겄다! 한 번 ?뗍?두 번 ?떨?'

이렇게 생각하며 처갓집 대문을 들어섰슴다.

처갓집엔 사돈의 팔촌까지 바글바글 모여 궁뎅이 낄 자리도 없었

슴다.

첨부터 마땅찮은 내색을 보였던 장인어른이 저를 보자 언뜻 찡그

리는 듯 하더니, 얼렁 표정을 바꾸며,

"여~ 한서방! 어여오게!"

장인어른 이렇게 말씀은 하셔도,

'으이그~~~ 우짜다가 저 화상이 우리 사위가 되었는지...지금이

라도 무르고 싶다니까!'

"수고많았재? 어서...어서 들어오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울 장모님 또한,

'우야노? 미우나 고우나 금싸라기같은 우리 딸을 챙길 넘인데,

니가 이뻐서 이러는 줄 아나? 다~ 내 딸 때문이재!으이그~ 지지

리도 복도 엄는 뇬!'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슴다.

"아...예..."

"그래! 잘 다녀왔능가?"

"예...덕분에..."

"자! 자! 어서 이리와 앉게!"

상다리가 찌그러지도록 뻑적지근하게 한 상 잘 차려 놓았슴다.

'우잉? 첨보는 음식들이? 저건 뭐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이리저리 상에 차려진 음식을 둘러 보았져.

덩치가 조폭에 버금가는 퍽탄의 사촌 오빠들이 병풍처럼 주욱 둘

러 앉아 있는 검다.

'헉~ 난...?뗀駭? T_T;;'

술이 몇 잔 오고가고 노래를 몇 곡 부르는가 싶더니,

아! 올 것이 왔슴다!

"한서방 노래 한 번 들어보세나!"

"예?"

회사에서 야유회를 가거나 회식 후 노래를 시킬 만 하면 슬그머

니 화장실을 가거나 자리를 피했던 사람이 바로 저 아님까?

'노래 못하면 사위자식 아닌가? 걍 좀 넘어가면 안되나?'

병풍처럼 빙~ 둘러앉은 퍽탄의 사촌 오빠들과 언니들의 눈동자

가 빤짝빤짝하며 제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봄다.

'으~~ 시계바늘이 왜 이리 더딘기고? 쫌 빨랑빨랑 지나가랏!!!'

"저...노래 몬합니더! 죄송합니더!"

"뭐시라꼬? 노래를 몬해? 이거...술이 모자라는 구먼! 어이~ 여

~ 술 더 갖고 온나!"

자꾸자꾸 따라주는 술 잔을 입에 들어부었슴다.

노래를 몬한다꼬? 하면서 벼르고 있던 퍽탄의 사촌 오빠들이 우

르르~ 달려들더니,

저를 번쩍~ 들어서 순식간에 거꾸로 매달아서는 발목을 묶어서

천정에 매단다, 북어를 가지고 온다, 야단법석임다.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로 술을 마신 데다 갑자기 몸이 거꾸로

매달리니 얼굴이 버얼건 것이 홍당무임다.

머리에 피가 쏠려 ?뗌?지경이었슴다.

'으~~~ 퍽탄! 내 쫌 살리도!'

강력하고도 애처러운 눈빛을 퍽탄에게 보냈지만, 안타까운 표정

의 퍽탄은 조폭에 버금가는 사촌 오빠들의 등치에 주눅이 들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는 검다.

'흐흐흐흑.....어무이~~~ 아부지~~~ 저 장개가서 합방도 몬하

고 처갓집에 와서 ?떽였?'
.
.
.
.
.
술 기운 때문인지 너무 겁먹고 놀라서인지 정신을 잃었었나 봄다.

목이 너무너무 말라서 눈을 떠보니, 처갓집 안방에는 퍽탄과

저, 이렇게 둘 뿐임다.

불쌍한 퍽탄!

제가 걱정되어서 제대로 누워 잠들지도 못하고 옷 입은 채로 웅

크리고 자고 있슴다.

머리맡에 놓여있는 자리끼(잠자리에서 마실 물을 떠놓은 물그릇)

를 찾아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슴다.

'흐~~~매! 속 쓰려!'

'근데...어젯밤에 어떻게 된겨?'

거꾸로 매달려 북어로 사정없이 발바닥을 맞은 것 까지는 생각

이 나는데 그 이상은 생각이 나지 않는 검다.

'우~~~웩!','꾸르륵~ 꾸르륵~'

화장실로 곧장 가서 볼 일을 봄다.

'크르르릉~~~ 솨아아아아아~~~'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화다다닥~닥~닥~'

밤새 화장실에 안부(?)드리느라 한 숨 못잤슴다.

새벽이 되자 퍽탄이 부시시~ 눈을 뜸다.

"속은 좀 어떻심니꺼? 몸은예?"

"으윽~ 속이 쪼매 쓰리네여! 몸은 괘안심더!"

이렇게 대답을 하자마자 또 화장실로 쌔앵~~~

아침을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약을 한 줌 입으로 털어넣곤 속

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져.

점심을 먹곤, 울 엄니와 아부지가 눈빠지게 기둘리시는 울 집으

로 가야는데...

이 넘의 속에서 전쟁을 치르는지, 반란을 일으키는지 도무지 가

라앉질 않네여.

헬쓱한 얼굴이 된 저를 본 퍽탄의 걱정은 하늘이 무너짐다.

"얼굴색이 너무 안좋심더! 이를 우야마 좋노?"

미리 불러놓은 차는 시간이 되어 우리를 태우러 왔슴다.

걱정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장인과 장모를 뒤로하고 울 엄마가

기둘리는 집으로 향했져.

'내사 인자 살았대이!...생각할수록 내는 억울테이~ 차려놓은 밥

이나 묵고 이래 당했시마 내가 말을 안한대이~ 이거는...'

진짜 생각할수록 억울한 맘 뿐임다.

그래도 울 엄니와 아부지가 계시고 내 방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

로 간다고 생각하니, 힘이 쫌 났슴다.

우리가 도착하자 울 엄니! 헬쓱한 얼굴을 보더니 눈멀이 글썽글

썽 해가지고 두 손을 덥썩~ 잡슴다.

'어무이~~~ T_T'

처갓집만큼 차린 상은 아니지만,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져.

얼매나 묵고 싶었던 울 엄마 음식이고? 냠냠~~~ 짭짭짭~~~

몇 끼나 굶은 사람처럼 밥을 몇 그릇이나 뚝딱~ 해치웠슴다.

다 아는 우리 친척과 형제들은 퍽탄의 주위를 빙~ 둘러 앉아서

는 이것저것 묻고, 퍽탄이 입은 한복을 만져본다,

손가락에 낀 반지, 귀걸이, 목걸이를 구경한다고 정신이 없슴다.

내 맘대로 눕고, 내 맘대로 말하고, 내 맘대로 먹고...

사르르~사르르~ 난동을 부리던 속도 어느덧 가라앉았슴다.

'역쉬 울 집에 최고야!'

밤이 깊어지자 친척들도 하나둘 돌아가고 내가 지내던 방에 단

둘만 남았슴다.

"힘들지예?" 하고 여유있는 표정으로 퍽탄에게 물었져.

"아...예...좀..."

낯선 친척들 속에서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낸 퍽탄은 그래도 낯

이 익은 내가 반가운 모양임다.

원앙금침이 깔린 우리들의 방!

'신혼여행가서 못다한 회포를 풀어야짓!'

불을 끄고 와락~ 퍽탄을 안고는 입술을 내리찍슴다.

퍽탄의 몸을 눈팅만 했던지라 직접 방문(?)을 하려니...

'에잉? 이건 또 모야?'

'어디가 어딘지...'

'무신 입구가 그리 많은겨?'

한참동안 헤맸슴다.

서로 쩔쩔맸져.

'여지껏 이 순간을 위해 봐온 수십편의 에로 비됴나 포르노 비됴

도 암 소용이 없구먼...쩝...'

또 그렇게 문 앞(?)만 헤매다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밤 또 다시 도전했슴다.

이제 겨우 문을 제대로 찾긴 했는데...

어떻게 문을 열어얄지...

이튿날밤 또한 문을 여느라고 쩔쩔매며 밤을 지샜져.

사흘째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왜그리 힘이 드는지...

나흘째밤 조금씩 조금씩 방을 향해 들어갔져.

땅파는 포크레인(?) 뿌사지는 줄 알았슴다.

온 몸엔 땀이 빠작빠작나고...두 무릎 또한 빠개지는 줄 알았슴다.

먼저 결혼한 선배들이 왜 침대를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서

야 알 것 같슴다.

그렇게...

힘들게...

합궁을 했져.

*****

그리곤 쨍그랑~ 쨍그랑~ 그릇이 깨어지고 퍽탄이 마련해온 장롱

을 이 무쇠 주먹으로 부수는 패권 쟁탈전도 했져.

결혼 1년이 지나 제가 사표를 쓰고 고시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퍽탄은 대학 강의와 살림을 사느라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얼굴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가 싶더니, 배가 아프다는 검다.

'혹시나? 임신?'

좋아라 산부인과에 갔더니...'위경련'이랍니다.

몇 번이나 계속되는 유산과 불임때문에 둘이 함께 산부인과를 들

락날락한 후에, 말로만 듣던 시험관 아기를 얻었슴다.

그것도 아들 쌍둥이!

울 엄마! 손자 때문에 안달을 하다가 1타수 2안타(한 번 배아프

고 손자를 둘 안았다고)에 너무나 기뻐서...

아들 쌍둥이 녀석들을 한 팔에 하나씩 안고 다님다.

팔이 아프기도 할텐데...

아들 둘을 한꺼번에 얻은 저의 기쁨도 말로 표현할 수 없져.

쌍둥이를 낳은 퍽탄은 몸이 많이 망가진데다, 산후우울증까지 겹

쳐 꼴딱 6개월을 집에서 조리를 했져.

그리곤 여기저기 강의로 쫓아다니며, 살림을 한다고 바빳져.

전...3년 동안 죽으라 공부하여 '세무사'시험에 합격했슴다.

제 자신을 물론, 퍽탄! 그리고 울 부모님! 장인 장모님!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름다.

지지리도 가난한 남자 만나 결혼 10년을 무지무지 몸과 마음고생

많이 하고,쌍둥이 녀석들 태어나서는 그 넘들 키우며 떡을 치는

(?) 퍽탄임다.

제가 아무리 성질을 내고 소리를 질러도 바가지는 커녕 대꾸 한

번 안하고, 묵묵히 잘 견뎌준 퍽탄임다.

지금은 울 퍽탄 집에서 살림만 살면서 쌍둥이 녀석들과 지지고

볶느라 아웅다웅 정신없슴다.

그 쌍둥이 녀석들! 퍽탄을 쏘옥~ 빼닮았슴다.

'으이그~~~ 저 넘들을 우예 장개 보내재?' 걱정임다.



2000년 8월 15일 역사적인 이산가족 상봉날 날씨 기똥차게 맑음

저요~

다시 태어나도 퍽탄을 아내로 맞이할 검다.

이 여자를 죽을 때 꺼정...

아니...죽어서도...

아니...언제까지나 다시 만나 함께 살고 싶슴다.

퍽탄에게 진 빚이 너무나도 많기에...



*****[끝]

지금까지 [남편일기]를 사랑해 주신 분 들께 감사드림다.

(TV 연속극은 많이 봐 가지구...-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