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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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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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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호박덩굴 2000-07-10

안냐심까? 꾸뻑 m(_._)m

새로 소설을 시작해보는 호박덩굴입니다요.

선배님들, 후배님들...잘 부탁합니다요.

그럼.....시작해 보것슴다요.


*****제 1화 맞선

지금 내 옆엔 어디가 허린지 가슴인지 구분이 안가는 두루뭉실

한 허리와, 늙은 호박 빰치듯 넓적한 얼굴, 죽을 때 까지 풀리

지 않을 듯 뽀글뽀글 지진 머리.

코와 입에서는 드르렁드르렁 기차 화통 지나가는 소리와 '푸

푸'소리를 협주곡 삼아, 두 팔과 다리를 좌아악 벌리고 자고 있

는 여자가 있슴다.

설거지, 빨래하기, 빨래널기, 청소, 애 등교 및 목욕. 이 모

든 일을 내가 하건만, 이 넘의 마누라는 맨날 피곤하다며 퍼질

러 잠다.

우째 저 여자가 내 마누라가 되었단 말인가? 흐흐흑...

이건 분명 운명의 장난이여! 나으 선택이 아니여! 흐흐흑...

아~ 고달픈 인생아!

지가 우찌하야 이 여잘 만나 코를 꿰게 된건지 말씀 드리겠슴다.

때는 바야흐로...



1990 년 9월 00일 0요일 날씨 꾸무리

지 나이 서른 하고도 셋이 지났슴다.

며칠 전 추석 때 모인 친척들은 하기 쉬운 말이라고, 입방알 찧

어 댔슴다.

"그래, 둘째가 올개 나가 몇이고?"

"서른 서이 아입니꺼? 어디 존데 있스마 중신 좀 하이소."

'또 그 야그여? 그 소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엇따. 인자 고마

하소'

'세상에 시집 안가고 싶은 노처녀 어디 있겠으며, 장가 안가고

픈 노총각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안가는 거냐? 못가는 거지...

우~이~씨~'

진 그 얘기를 듣기가 싫어서 명절이 되면, 일부러 친구 넘을

불러내서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는 아가씨들 품평횔 벌이거

나, 술을 한잔 걸치거나 영화를 봤었슴다.



며칠전 주말. 그 날도 여느 주말처럼 야구를 했슴다.

그런데...흐흐흑... 야구를 하다 발목을 뼜슴다.

재수가 없으려니 3루타 안타를 치고 홈으로 들어오던 중, 어리버

리한 넘이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그만 점수도 못내고 아웃되고,

진 점수를 내 보겠노라고 오버액숀하다가 발목만 분질렀슴다.

절룩거리며 영화를 볼수도, 친구 넘을 불러 낼수도, 술을 한잔

걸칠수는 더더욱 없었슴다.

속을 부글거리며 추석을 지난 담날, 중매쟁이 한테서 연락이 왔

슴다.

"총각! 참한 색시감이 있으이 한 번 만나봐라이!"

"아짐마! 지가요. 발목을 삐었심더!"

"괜찬아! 이 처자도 급하이 내가 야구하다 다?다고 하께! 나,

총각 나오는 걸루 알고 약속 장소 정한데이. 00일 0요일 0시에

00다방으로 나온나. 알았제? 끊는데이" 딸카닥!

"저.......아......짐마!"

'안되는데...우~~~씨~~~이럴수는 엄는데...'

'발목까지 삐었는데...하필 이런 때...'

그래도 이판사판 합이 육판!

올 해를 도저히 넘길 수 없다는 엄마의 초살인적인 눈초리에 빠

짝 쫄은 난, 때빼고 광내서 엄마를 뫼시고(?) 약속장소에 나갔슴

다.

중매쟁이들로 보이는 아짐마들이 약속장소인 그 다방에 득시글득

시글 했슴다. 장소를 한 곳을 정해두고 시간차 공격으로 처녀,

총각들을 소개하는 것이었슴다.

힐껏힐껏 쳐다보는 오봉순이들!

엄마와 내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것은, 한 번 외출을 하

려면 거울 앞에서 온갖 리허설을 다하고 겨우 옷을 결정하는 우

리 엄마 때문임다. 내가 봐서는 아무리 골라 입어도 그게 그검

다. 그 옷이 그 옷이고, 그 몸이 그 몸이니까...

쌀자루에다 옷감 말아놓은 것...드럼통, 멧돼지, 이것이 슬프지

만 엄마의 이미지임다

중매쟁이와 아가씨는 이미 와있었는데, 아가씬 혼자 달랑 나왔슴다.

'꽤 당돌한 가시날세...아무리 내가 노총각과에 속하지만.....'

"자자 차들 시키지이. 아가씨! 뭐 마시까?"

"전...오렌지 쥬스 주이소"

"저...저...도 같은 걸로 주이소"

"쪼로록"

"쭈우욱"

네 사람이 쥬스를 거의 다 마시자, 중매쟁이와 울 엄마는 다른

자리로 옮겼슴다. 흘낏흘낏 나를 쳐다보며 눈치를 살피는 울 엄

마. 아가씬 보랏빛 투피스에 잘롯한 허리가 사못 섹쉬해 보였슴다.

고개를 들어 ... 얼굴을 본 순간!

'으~~~ 먹던 쥬스를 다 입 밖으로 쏟아낼 뻔 했슴다!'

...... 퍽탄이였슴다!'

좁은 이마, 작은 눈에 부은 눈두덩이, 납작 눌러놓은 코, 큰 입

들이 넓적한 얼굴에 각각 독립만세를 부르고 있었슴다.

'으~~~~~ 생겨도 우째 저렇다냐? 이건 치마만 둘러서 여자지...'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야 여자지-라고?

'흥! 너나 이런 퍽탄델고 살아라. 난 쭉쭉빵빵 미녀 델고 살고

잡다'

'이 퍽탄을 오늘 하루 만나는 걸루 끝내야지'

이렇게 다짐을 하곤, 간단한 인구 조사를 마쳤다.

"어데 사십니꺼?"

"예~ 저어기 살아예."

'저어기가 동네 이름이여? 에잉 몬 생긴거시 목소린 웬 톱질하

는 소리여?'

"........"

"........"

할 말이 없어진 난 그 무너질 듯한 다방을 나와서 절룩거리며,

하염없이 걸었슴다. 쑤셔오는 발목. 고통스러웠지만, 난 이 퍽탄

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절룩거렸슴다.

30분 정도 걸으니 걷기가 힘들어져 다시 레스토랑을 하나 골라

들어갔슴다. 레스토랑 간판-따뜻한 비!

크하하하하하! 세상에.

난 또 간판 이름이 그런 레스토랑 첨 ?f슴다.

분위기가 좋고 아늑했으나, 여전히 뻘쭘한 퍽탄과 내게 웨이터

가 메뉴판을 내밀었슴다. 맞선을 보면서 밥을 먹으면 깨진다는

야그를 어디서 줏어 들었는지, 이 퍽탄이 주문한 메뉴-스페셜 스

프였슴다. 난 칵텔 한잔을 시켰습죠.

난 밥을 시키고 싶었슴다.

근데, 이 퍽탄이 밥을 시키지 않으니 혼자 밥을 시킬 수가 없었

슴다. 주린 배를 움키고 칵텔 한잔을 마셨슴다.

스페셜 스프가 나오자 호기심가득한 눈빛으로 퍽탄이 말했슴다.

"스프에 계란 노른자가 있네예."

'이 퍽탄아! 계란 노른자 첨보냐?'

'하필 비싼거 시켜갓고...'

얼른 먹고 나오고 싶었으나, 왜 그리 께작께작 먹는지...

아예 수프를 세어라 세어. 밥알이라면 센다고 하지만, 이건 스프

를 먹는 건지...새 모이를 쪼는 건지, 한참이 지났건만 아직도

달그락달그락 숫가락 소리를 내며 먹는검다.

'우와! 저 입 좀봐, 저 큰 입을 적게 보이려고 쬐끔씩 먹으니 저

한 술 밖에 안되는 스프를 30분 동안이나 먹지...'

나의 인내력이 거의 한계에 도달할 무렵, 퍽탄은 드디어 숫가락

을 놓았슴다. 난 허기진 배를 감추며 레스토랑을 나가자고 했슴

다. 퍽탄을 데려다 준다고 버스정류장으로 갔슴다. 절룩거리면서

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힘겹게 전봇대에 체중을 의지하여 난 퍽탄이 타고 갈 버스가 오

길 기다렸슴다.

머피의 법칙을 누가 만들었슴까?

많고 많은 버스가 오고 갔건만, 그 퍽탄이 타고 가야할 버스는

지지리도 오지 않았슴다.

'쫌 존 동네 살지...몬 생긴기...'

30여분을 겨우 기다려 드뎌 버스가 왔슴다.

윽! 또 도지는 발목의 통증.

억지로 웃음을 보내며 난 그 퍽탄를 보냈슴다.

"살피 가이소!"

"예~ 오늘 고마왓심데이! 담에 보이시더!"

'뭐시라꼬? 담에 또 보자꼬?'

'야가 비싼 수프를 잘 몬 묵었나? 왠 헛소리?'

".........."

그리곤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슴다.

내가 그 퍽탄을 만나기 위해 여태껏 온갖 수모를 겪으며 버틴

줄 아느냐? 으하하하하하하! 잘가라 퍽탄!

그런데...흐흐흐흑...

이 무신 운명의 장난임까? 난 그 퍽탄을 또 만나야 했으니...

*****

재미있었슴니꺼? 쬐매라도 잼있으셨담, 소감 한 줄 써 주이소!

꾸뻑! m(_._)m


곧 나감니더. 기다리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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