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남편이 안스러웠다.
'여보,진작에 병원이라도 데려 갈껄하고 후회하고 있어.당신이
그렇게 맘에 병을 가진 걸 난 몰랐어. 당신한테 좀 더 잘 했어
야 하는 건데, 여보,좋은 데 가서 편히 쉬어. 나중에 내가 당신
에게 갈 때는 당신이 환한 얼굴로 맞아 줄꺼지. 당신은 착한 사
람이니까,분명히 좋은 데로 갈꺼야. 내가 기도해 줄께.'
그렇게 맘으로 날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어때 아줌마,도대체 난 아줌말 이해 할 수가 없어,남편이 바람
핀것도 아니고,시어머니가 좀 그렇기는 하지만 같이 살아서 날마
다 볶이는 것도 아닌데 뭣 땜에 뛰어 내린 거야. 한 마디로 편해
서 그런거지..."
"말 조심해요."
낮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아줌마가 나한테 뭘 어쩔껀데? 나한테 이러면 아줌마한테 득이
될께 없을껀데?"
"괜찮아요. 어차피 남편의 바램대로 죽어서 좋은 데 가서 살고
싶다거나,아니면 죽어서 이 고통을 잊고 싶었다거나 그런 게 아
니었어요. 단지 살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죽은 거지요.
내가 당한 고통만큼 그 여잘 괴롭히고 싶어서요. 그러니까,매니
저님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별로 없단 말이지요.
이제 그 여자한테 보내줘요."
질린 얼굴로 날 쳐다 보던 그는 비웃는 거 같았다.
"평생 떠돈다는 거 그게 어떤 건지 아줌마가 모르고 겁없이 얘기
하는 거 알아.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고,맘 약한 사람한테 붙어
들어가서는 그 사람을 괴롭히면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아줌마
가 알아? 자기 안에 다른 영혼이 들어오는 걸 바라는 사람이 어
디 있겠어. 아줌마는 지옥에조차 갈 수 없는 더 지독한 길을 가
려는 거야. 만만한 사람도 못 만나면 그리고 들어갔다가 ?겨 나
기라도 하면 아줌마는 거지만도 못하게 남는 거야. 아줌마 영혼
이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거야?"
"아무래도 좋아요. 그건 내가 선택할 문제 잖아요. 이제 보내줘
요. 그 여자한테."
"그럼 그 여자 꿈으로 가보슈.근데 당하고 울지나 마쇼"
그 집 식구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거실에 서서 심호
흡을 한 번 한 뒤에 그 년을 불러냈다.
경현이 그 년은 내가 지네 집 거실에 서 있는 게 이상하다는 듯
수상쩍어 하며 내게 물었다.
-아니,리나 엄마가 이 밤에 웬일이에요?
-내가 죽은 걸 몰랐어?
-참,그렇지.
-근데 여긴 웬일이예요?
-널 만나러 왔어
-날? 왜?
-너한테 해 줄 말이 있어
-뭔데요 그게?
-널, 가만 두지 않겠어. 너 땜에 내가 죽은 거야
-무슨 말인지...
-니가 내 남편 친구라며,그 동안 쭉 날 괴롭혀 온 걸 몰라서 묻
는 거야?
-정말 이상한 여자군.병섭씨 말처럼 병이 있었던 게 확실해.
-뭐라고?
-당신 왜 나한테 그런 소릴 해? 호의를 이런 식으로 갚아?
-호의라고? 웃기지마. 넌 그런 가면을 뒤집어 쓰고 가증스럽게
날 갖고 놀았어.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마. 내가 너에게 뭘 어쨌다고 이러구 나
타나서 협박을 해?
-너 때문에 난 정말 괴로웠어. 니가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죽진 않았을 꺼야. 넌 아주 질이 나빠. 모르는 척 하면
서 날 갖고 우롱했지
-웃기고 있네 증말. 당신 남편이 그러니까 내 친구가 하필이면
당신 같은 여잘 만나서 저렇게 홀아비가 된게 불쌍하군.
어쩜 다행인지도 모르겠네,당신이 죽어줘서. 아니면 평생 자기
학대나 하면서 징징거릴 여자한테 시달릴뻔 했는데.
-뭐라고? 널 가만 두지 않겠어.
-맘대로 해봐. 난 당신을 괴롭힐 맘 조금도 없었어. 오히려 당신
의 히스테리 때문에 힘들어 한 내 친구를 위해서 도와주려고 한
거 뿐이야. 정말 웃기는 거 아냐? 살아 있을 땐 한 마디도 안하
고 눈 내리깔고 다니더니만,지가 지 목숨 던져 놓고 어디와서 행
패야? 다시 이런 식으로 날 찾아 오지마.
-내가 이런 널 가만 둘지 알아?
-부적이라도 사다 붙이지 뭐.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
- 그리고 말이야 만약에 나나 우리 식구 건들기만 해봐 나도 가
만 있지 않을꺼야.
-뭐라고?
-죽었으면 이제라도 정신차려.
-넌 나 아니라도 죽었을 위인이야. 내가 너 같은 잡귀신 무서워
할 사람으로 보여?
-난 너땜에 충분히 고통 받았어!
-그건 나 때문이 아니라,너 자신이 못나서 그런거야. 어디서 어
리광이야? 다시 내 꿈에 나타날 생각하지마. 난 니가 하나도 안
무서워.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뭐래? 당하고 울지나 말랬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요?"
"최소한 나에게 그?O냐고 몰랐다고,미안하다고,그렇게...말 해
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하는 거 아니냐구요?"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질 않았다.
"내 첨에 뭐라고 했어. 저 여잔 어림도 없다고 했잖아. 다신 그
여자 꿈에 들어가지도 못해. 그녀 신경은 말이야, 당신보다 몇만
배는 튼튼하다고,"
"어떻든 길이 있을 꺼야. 괴롭힐 길이"
"이 아줌마 정말 큰일이네"
"난 이대로 이렇게 사라질 수는 없어요."
"당신이나 아까 그 분이 도와 줄 수 없다면 난 악마에게라도 찾
아 갈래요."
"아줌마,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그래 봤자 아무것도 아줌
마가 만족할 결과를 얻을 수는 없어. 영원히 말이야."
"그 동안 고마웠어요. 영원히 얻을 수 없대도 난 이대로 갈 수
는 없어요. 악마에게 찾아가서라도 그 여잘 괴롭힐 길을 찾아야
겠어요."
"아줌마!"
매니저란 사람이 그렇게 외치는 동시에, 어느 새 내 곁에 바짝
다가와 빙글거리던 또 다른 한 영혼이 내 팔을 잡았다.
"안녕? 잘 생각했어.그럼 나랑 같이 가서 생각해 봅시다. 소진씨
당신을 도울 길이 있을 꺼요"
"야, 그 여잔 환자였어. 조금 더 선택할 기회를 가져야 해.그 여
잘 놔줘."
"자신이 선택한 거야. 그럼 이제 다른 데로 가 보시지."
난 또다른 영혼의 안내자를 따라서 길을 떠났다.
안타까운 듯 매니전 날 바라다 보고 있었다.
어딘가 있을 것이다. 그녀를 괴롭힐 방법이.
내 49재에는 내가 없었지만, 그래도 엄마나 남편은 날 위해 49재
를 올리고 있었다. 좋은 데 가서 잘 지내라...그런 염원으로 울
면서 기도를 올리고 계셨다.
스님이 말씀하셨다. 좋은 데 갔을 꺼라고.
난 비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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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를!
아마도,복 받으실꺼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