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095

추석 선물


BY myheart 2000-09-13

온몸에 힘이 빠지고 요즘따라 무척이나 유난히 내 심장이 심하게 뛰고

딱따구리 한 마리가 내 귀옆에서 계속 머리를 쪼아대는 것같은 편두통

증상이 올때쯤이면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명절 "추석" 아니면 "설"이 다가

오는게 틀림없다.

올해에도 여지없이 이 증상이 다가옴과 동시에 난 추석의 존재를 깨달았고,

시부모님께 선물을 무엇으로 해야할까하는 엄청난 과제가 떠올랐다. 맘같아서는 DDR을

사드려? 안돼 그거하다가 넘어지셔서 다리뼈라도 부러져 병원에 입원하시면?

오....안돼...안돼....그럼 건강보조식품? 음.....그런거 모르고 잘못 사면 건강은커녕 있는 머

리털도 다 빠질 수가 있다는데....음....그러다가 머리털 돌리도,물리도..하며 내 머리털까지

뽑는 사태가 생기면 안되지......그럼..가까운 관광을 보내드려? 아냐...그러면 관광패키지

가격보다 여비달라는 게 배보다 배꼽으로 클꺼야.....암....안되지...안되지...


자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서 일단 백화점에 가보기로 했다. 모 백화점의

포장지가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 시아부지,시어무이 때문에 할수없이 모 백화점에

갔다. 전에 한번은 시장에서 선물을 사고 모 백화점 포장지를 입수해 멋지게 포장

을 해서 드렸더니 바꾸러간다고 영수증 달라고 하셔서 진땀을 뺀적도 있다.

영수증을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해서 무마시키기는 했지만, 꿈에 백화점 영주증

수천장에 묻히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암튼....백화점에 들어서니 기분은 좋다. 왜냐? 손님은 왕이니까...그런데 헉.......이거

가격들이 장난이 아니네...어?....블라우스가 23,000 원.......음....이정도면 괜찮은데...

음허허허허허......역시 나의 탁월한 선택이 주목을 받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군.

시어무이한테 이번엔 이쁨을 받겠네...하며 계산을 하는데...이쁘고 친절한 백화점 직원들이

물어본다. "누구한테 선물하시는 거에요?" "아...네....시어머님 사드릴려구요"

"어머 어머...정말 효부같이 생기셨다...." 음....보는 눈들은 있어서....글타...뭐...

쑥스럽다만....맞는 말이쥐... "정말 물건 보시는 안목도 높으시네요...시

어머님이 무척 좋아하시겠어요"하며 정성껏 포장을 해준다. 계산은 현금으로

할까? 카드로 할까? 아무래도 카드가 낫겠지? 크크..혹시 아냐? 내가 카드복권이라

도 당첨될지....음...복권에 당첨되면.....일단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거야. 프랑스의 레스

토랑에서 와인을 마시고, 이태리에 가서 최고급 오페라를 관람하면서 잠시 졸기도 하다

가, 스페인에 가서는 투우를 보는거야....그때 멋진 투우사가 나타나 내눈을 응시하다가

달려오는 소를 피하지 못해 결국 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최후를 맞이하는거지....

그럼...내 가슴은 오죽이나 찢어지겠어? 아....아...생각만하여도 슬퍼라.....

(독자들의 한마디 : 아예 영화를 찍어라..영화를 찍어...)


"손님......싸인 안하세요?".....앗....내가 넘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나봐....이구...부끄러버라...

그런데 영수증에 싸인을 하려고 보니...헉...이 아가쒸들이 지금

장난하나....아니...영수증에는 230,000 원이 찍혀있는게 아닌가...난

"아가씨....여기 금액 잘못 찍혔네요" 라고 내 미모에 어울리게 가급적 아주 우아한

미소와 교양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더니 아가씨가 "손님 230,000 원 맞습니다"

그러는게 아닌가...설마 설마...헉....내가 금액을 잘못 본 거구만...우짠지 좀 싸다 했어.

옴마....이일을 어쩐다? 내 표정을 마치 읽기라도 한 듯이 "손님, 이 제품은 보통 하나

사가지고 가신 분들이 너무 좋다고 오셔서 또 사가신답니다. 그리고 지금 할인해서

230,000 원이지, 전에는 300,000 만원이 넘었습니다." 헉....난 속으로 울면서 6개월

할부로 카드를 긁을 수 밖에 없었고 할수 없이 시아부지 선물은 백화점밖 대로변에서

5000 원짜리 넥타이를 살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좀 비싸보이는 디자인으로 고르느

라 거의 1시간동안 쪼그리고 앉아 수백가지중 한 개를 고르는데 넥타이 파는 아자씨의

따가운 눈총이 무쟈게 느껴졌다..."아줌마, 넥타이 몇 개 살거요 ? " 음...목소리는 완죤

최밍슈 랑 똑같네....짜식...터프한 척 하기는...."음...한번 골라보구요...(한개 살거다 왜?)"

"아이참...아줌마....자꾸 들추지 마요....밑에 있는거도 다 똑같은 거니까..." 다른때 같으면

내가 드러워서 안산다..안사...하면서 물러났겠지만, 오늘은 사정이 틀리다. 내 눈앞에

230,000 원의 숫자가 아롱아롱하면서 결국 패션리더인 내눈에 쏙드는 넥타이가 하나 나

타났다. "아저씨...여기요....한개" "아니....아줌마..겨우 하나 사면서 그렇게 다 뒤집어놔

요?" "미안합니다..." "내참.....오늘 재수 드럽게 없네..." 내가 만원짜리를 내니까...."아...아줌

마...잔돈도 안 키워요? " 완죤 시비다....헉....내가 오늘은 참는다..참아...-_-;;;;;;;;;;;;;;;;;;;;;;;;;;;;

그러면서 천원짜리 다섯장을 침을 퉤퉤 뱉어가며 세어서 주는데 어디서 젤 드럽고 헌 돈만

골라왔는지....그래...오늘만 이쁜 내가 참는다..참어....그래도 예의를 다 갖추어서 한마디하고

돌아섰다..."많이 파슈.......이 못된 인간아"라고......중 "이 못된 인간아"는 당연히 속으로 말했

지만....... 그래 나 소심하다...이제 알았냐?


집으로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시아부지,시어무이께 선물을 삐죽 내미니 시아부지 하시는

말 "내가 와이셔츠가 없는데 이 넥타이 츄리닝에 매고 다닐까나? " 하신다......헉......

이씨....양말이나 사드릴걸....아냐 아냐..그럼...또 구두가 마땅치 않다고 투덜거리실게 뻔해.

구두를 사드리면 마땅한 양복 없다고 하실거고, 양복 사드리면 패튀김 디너쇼에라도 보내

달라고 하실거고...에고 에고...머리아파....암튼 고마워 할줄 모르는 인간들은 다 똑같다니까.

이번엔 시어무이 차례..."이거 색깔이 칙칙한게 아마 몇 년전 재고상품인가부다".....헉.....

내 이럴줄 알았다 알았어..."맘에 안드시면 지가 입을까요? " "아니...뭐 그럴 필요는 없고,

뭐...니 성의를 봐서 입어주마..." 하며 투포환 선수보다 더 빠른 동작으로 장롱속에 선물을

집어 던지신다. 선물이 뭔지...........


에고 에고 내년에는 진짜 현찰로 드리든지 해야쥐.....이거 힘들어서 살겠냐...살겠어..

그래도 나처럼 착한 며느리 있으믄 나와보라그래.........-_-;;;;;;;;;;;;;;;;;;


저벅저벅저벅.......대장의 남편 등장......지가여....이 말은 꼭 해야겠어여....지가 추석보너스로

받은 50만원을 현찰로 갔다줬더니 특가세일한다는 러닝머신을 떡하니 현찰로 사고는 하루

10 시간도 넘게 러닝머신위에서 살고 있걸랑요.....오늘도 또 백화점 사고를 쳤으니....내가 못

살아...못살아.....그러면서 요즘 맨날 기운없고 심장이 심하게 뛴다는 둥....나라도 하루 10시간

씩 러닝머신에서 뛰면 그 증세 있겠다...안 그래요 여러분? 저는 앞으로 정말정말 어떻게 살

아가야할까요? 지발...현명한 대답을.....


대장을 만난 죄로 여기까지 등장한 남편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