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나이 84세.
시아버님이 79세에 돌아가셨으니, 뭐 조금 살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별 문제 없이 잘 지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요새로 작은 실수가 자주 눈에 띄인다.
남방 앞단추의 좌우를 잘 맞추지를 않아서, 한쪽 넼라인이 올라가고 밑단의 높이가 한 뼘은 차이가 난다. 옷을 입고 나면 반드시 거울을 보고 확인을 하라고 일렀거늘, 그게 잘 안 되나보다. 벌써 여러 번 지적질을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오늘 아침, 목이 라운드인 티를 뒤집어 입고 식탁에 나와 앉았다. 이음 솔기가 겉으로 나와있다. 이건 영감이 나에게 처음 보인 실수다. 점점 달라지는 영감의 실수범위가 커지고 있다.
"하하하. 당신 티를 뒤집어 입었네?" 무안하게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너스레를 떨어 보였다.
빠른 몸짓으로 일어나다가 식탁의 아래를 무릎으로 친다. 컵의 물이 쏟아진다. 좀처럼 이런 실수는 하지 않는 영감이었다. 식탁의 헝건한 물을 먼저 치워야 하나 젖은 바지를 먼저 가라입어야 하나 잠시 쩔쩔멘다. 여기 대목에서도 나는 웃어야한다. 영감이 무안하지 않게 하려면 말이지.
영감의 젊었을 때 별명이 '영국신사'였다. 요새는 아컴의 친구들이 '키다리아저씨'라고 불러준다. '소공녀'의 그 키다리아저씨 말이지. 사실은 너무나 완벽한 '신사스타일'이어서, 젊어서는 내가 좀 어렵기는 했다. 이제 그의 실수에 지적질을 하면서, 웃는다 해도 가슴은 많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