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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빨래


BY 가을단풍 2024-09-14

‘형님은 손녀딸들 바라보고 웃지요?’
‘저는 줄에 널어 놓은 빨래 보고 웃어요.’
카톡을 손위 형님께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헉, 빨래하는 수준이 아기 같구나. 그래도 하는게 어디야.”
“많이도 빨아 놨내..
널어 놓은 옷가지와 신발이 너무 재미있다.
 낡은 시골 집과 아무렇게나 널어 놓는 빨래가  아주 별난 작품을 만들어낸다.
또한 하얀 신발에서 황토물이 줄줄 흐르는 것도 독특한 작품이다.
저걸 그냥 말려야 할지, 다시 빨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발래를 걷어 세탁기에 향기 솔솔 사프란을 넣고 가볍게 돌려 널었다.
저녁에 돌아온 남편은 자기가 빨아 낸 옷에서 향기가 솔솔 나는 줄 알겠지.
아무러면 어떠랴. 70살이 되더니 철이 좀 나려나 보다.
가끔씩 운동을 다녀와서 바지랑 티셔츠를 빨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수돗가에 앉아
웃통을 훌떡 벗고 열나절을 앉아서 빨래를 한 것이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밖으로 나왔다가 남편의 재미난 빨래 광경에 깔깔 웃고 말았다.
“어머나 세상에 빨래를 많이도 했네. 
어휴 ~ 어휴 ~ 고맙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지만 고맙네요.”
빨랫 줄에 척척 걸쳐 놓은 옷가지들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하며 쿡쿡 웃는 것 같았다.
평상시 우리 남편은 집 살림과 아주 남이라서 마당 한번 안 쓰는데.....왠일이지...
ㅋㅋㅋㅋㅋ .........
조금씩 변해가는 남편에게 칭찬 멧세지 나갑니다.
식탁에 앉아 여우 꼬리를 살짝 꺼내 쌀랑  흔들었다.
“예전에 아버님 돌아가실 무렵에 자식들하고 기분 좋게 잘 살다가 돌아가셨는데 당신도 앞으로 잘 살것 같어. 이게 우리 집 내력인가 보내. 으흐흐... 
입을 연 김에 시아버님 이야기를 조금 더 늘려서 칭찬했다. 여우 꼬리가 살짝 더 길어 졌다.
2대에 걸친 남자 둘을 다 칭찬 한 샘이다.
”여보 계란 까줄까?”한다.
“오호 계란 까지 까주신다, 나야 감사하죠,” 하는 말을 남긴 후 계란이 다 까질때를 기다렸다가 낼름 받아 먹었다. 뿌두둑 단살 찌는 소리가 들린다.
 산다는 것 정말 별거 아니다.
우리 부부는 전원주택을 사이에 두고 죽기 살기로 싸워 댔다.
터가 닦여도 싸우고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해도 싸우고, 이층이 다 올라가고 주택 내부 공사가 시작 되어도 쌈박질이 끊어지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이유는 충분했다.
이것은 처음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할때부터 문제가 많았던 것이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하나씩 들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팔기 싫은 아파트도 팔리고 부모님이 사시던 시골 집에 묻혀 살자니 불편함도 많고 기타 등등 다툼의 소재가 많았다.
며칠전 작심을 했다. 전원주택 짓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더 커지면서 이것은 우리 부부가 다투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을 향하여 원망과 분노를 길렀던 것을 후회했다.
마음이 불편하면 달아나는 회피성 기질을 타고난 남편은 억압과 스트레스로 부부 사이만 나빠진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전을 확 바꾸기로 마음 먹었었다.
 전원주택의 문제점은 운명에 맡기고 '어떠한 경우라도 남편에게 부정의 언어를 쓰지 않기를 다짐'하고 '칭찬 언어'만 쓰기로 했다.
남편이 불편할 것 같은 언어는 딱 끊어 사용하지 않았다.
내 수행의 과제”로 삼자.
이렇게 마음먹으니 못할 것이 없다.
며칠전 남편에게 부정의 언어를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달력에 동그라미를 했던 기억이나서 살펴보니 9월 6일이라는 날자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겨우 일주일밖에 안 됬는데 남편이 이렇게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우리 부부의 앞날이 기대되는 하루였다.

남편의 빨래
남편의 빨래

남편의 빨래
남편의 빨래
남편의 빨래

남편의 빨래
모든 삶에 행복은 해석의 차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남편의 빨래를 보고 "아이구 이 남자 이걸 빨래를 했다고 하나"하고 화를 내면 불행해지는 것이고, 남편의 빨래를 보고 웃고 재미있어하면 행복해 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아주 별거 아닌것으로 화를 내기도하고 행복해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