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님 내가 그리 일렀거늘
핸 폰이 운다. 10시 10분. 출근을 한 큰아들이 이 시간에 내게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말이지. 사무실이 확실할 터이니 간단하게 받아야 한다.
“그래. 엄마다.”
“이따가 오후에 택배가 하나 갈 거예요. 받아 두세요.”
“집이 비었어? 에미가 없어? 오냐. 알았다.”
허긴. 간혹 집이 비어서 택배나 우편물을 받아 두라는 부탁은 서너 번 있었지.
저녁에 퇴근을 한 큰아들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에미가 아래층에 내려가는 건 싫으면서도, 저희들은 내 현관의 도어락을 맘대로 누르고 들락거린다. 세상의 며느님들이 모두 그렇게 산다 하니 나도 그렇게 산다. 그렇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도어락 번호판 두드리는 소리가 나니, 이건 아래층 식구 중에 누구겠다.
“누구니?”
“아들요~.”
큰아들이다. 무슨 일일꼬. 일 없이 올라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게 뭐야?”
어께에 울러메고 들어서는 박스가 무거워 보여서, 받으러 마주 나서니 손사례를 친다.
“뭐여?”
아들이 박스를 개봉하자 잘 생긴 압력밥솥이 나온다.
“???”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요, 제일 싼 걸로 압력밥솥 하나 사 왔어요. 다른 기능 필요치 않죠?”
“얘가 얘가. 안 사오기로 했잖니.”
“애 과외비도 하나 보태지도 못하는데.... 밥솥은 그냥 전기밥솥이 더 좋다니깐.”
“니네 요새 잘 버니? 이렇게 팡팡 써도 괜찮을 만큼 잘 버는 겨?”
“이거 싼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서 아주 싼 것으로 샀어요. 두고 쓰세요.”
아들은 아주 싼 것이라는 데에 힘을 실으며 역설을 한다. 인터넷만 뒤지면 나도 알만한데.
“아니. 압력밥솥보다 그냥 전기밥솥이 더 영양손실이 적다는데 이걸 왜 샀냐구~!”
틀렸다. 50이 넘은 녀석이 어미가 그런다고, 솥을 물릴 것 같지도 않다는 말이지.
아들은 당장에 빨간 밥솥을 포장해서 윗층에다 올려놓는다.
“너희 필요한 거 있으면 교환해라. 나는 전기밥솥을 써야....” 해도 들으려고도 않는다. 묶었던 테이프와 속지를 정리하고 서둘러서 내려간다. 참 참 참. 친절도 지나치면 병이라 했겠다?! 아들아~. 네 마음만 받을 겨. 며칠 전 아이가 또 하나의 과외를 시작했는데, 과외비가 너무 비싸다던 소리를 들었는데, 이걸 어쩐다? 난감하네. 이럴 때, 이럴 때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