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내가 죽어서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당신 위해 죽을 수 있어."
얼굴 표정이 거짓말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남편은 어떤 결연한 아니 비장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 남편을 위해서 못 죽을 것 같단다.
세상에 미련이 많아서, 아이들 걱정이 많아서 그렇겠지.....
그러면서 얼굴은 씁쓸해 보인다.
사실이 그렇다.
어떤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면 아이들 걱정에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남편을 위해 장기 하나쯤은 기꺼이 떼 줄 생각은 언제든지 충분히 있다.
그런데 목숨은 고민을 좀 해 봐야겠다.
아내인 내가 죽고 혼자 살아 남은 남편이 과연 평온하게
아니면 행복하게 멀쩡히 살아질 수 있을까?
죽어 저 세상에서도 나랑 같이 살고 싶다는 사람이?
껌딱지도 이런 껌딱지가 없다.
세상의 반이 여잔데 오직 나 하나만 남편의 여자란다.
그닥 예쁘지도 않고 남상에 가까운 얼굴인 여잔데도
남편 눈에는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예쁘다는데는 오글거린다.
미스코리아나 쭉쭉빵빵 탈렌트들 근처에도 못 가는 두리펀펀한
아내를 보고도 세상 귀엽고 사랑스런 몸매라니 닭살이 돋는다.
비쩍 마르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아서 최고란다.
38년 째 남편의 콩깍지는 벗겨지지 않고 있다.
우리 부부는 성격적으로 여러가지로 참 다른 부분이 많다.
식생활부분에서도 거의 극과 극에 가까울 정도로 다르다.
남편은 기름지고 아주아주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반면에
나는 채식위주에다가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은 멀리한다.
그런데도 지금껏 크게 다투지 않고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는
서로 조금씩 포기하면서 조율을 잘하고 있는 모양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 주는 대신 나한테 먹어라고 강요하지 않기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도 마찬가지다.
중간쯤의 음식으로 서로 불편없이 먹고 사는 중이다.
몇년 전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게 나온 뒤 부터는
기름 진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남편은 잘 참아지지가 않는 모양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이고하니 조심이 덜 되는 것인지....
아무튼 안 맞는 부분이 음식뿐만이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많은 편이다.
부부가 살면서 한 몸 같이 다 맞을 수는 없다.
불편하고 껄끄럽고 화가 날 정도로 뭔가 안 맞을 때도 자주 발생한다.
그럴 때 마다 큰 소리로 싸우고 상처되는 말로 상대를 할퀸다면
그 시간이 지나고나면 늘 후회만 남을 것 같다.
조금 손해가 난다 싶어도 양보해주고 들어주고..... ..서로가 서로한테.
나는 요즘 여러가지로 힘든 사건들이 좀 있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잘 견디고 있고 지혜롭게 대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중에 누군가는 먼저 간다.
혼자 남을 배우자가 후회가 덜되게 우리 부부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
특히 아내인 나는 아픈 남편을 위해 더 지혜로워야한다고 본다.
사고가 아니고 일반적인 건강상으로 볼 때
남편이 먼저 갈 수 있는데 그 때 후회가 덜 되게 지금 최선을 다 하기로.
큰 부자여서 행복한게 아니라
마음이 늘 한결같은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와 세월이
변함없음이고 점점 더 깊어지고 익어가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