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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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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지기


BY 그대향기 2023-04-14



봄인가  설레었더니  초여름이다.
몇년동안 부지런히 파종하고 사다심고 구근을 구해다 심었더니만
올해부터는 빠꼼한 자리없이 뾰족뾰족 많이들 나온다.

일찌감치 깽깽이풀이 곱게 피어나더니 노란수선화에 하얀수선화
빨갛고 보라 분홍 튤립까지 온 마당이 꽃천지다.
오늘 아침부터는 새하얀 목단까지 합세를 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요 몇달은 거의 정원을 손 볼 시간도 없었는데
고맙게도 꽃들은 게으름도 피우지않고 때 맞추어서들 차례대로 피어주니 얼마나 더 고운지. . .
하천언덕을 따라 길게 심어둔 꽃잔디는  그림엽서에서나 나올듯한 풍경이다.

연분홍과 찐분홍에다가 하얀색을 드문드문 섞어서 심었더니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면서 꽃향기 또한 반할지경이다.
매일 아침이 기다려지고 궁금해진다.

지난 해 5월쯤, 30년 전 창녕에 이사를 와서 처음 알았던 분이 하는 휴게소에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는 일이 생겼다며 도움을 청해왔었다.
주방에서 하는 일이고 낯설지 않아서 도우러갔다가 그냥 그집 직원이 되고말았다.

국도변에 있는 휴게소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평일에는 점심시간대가 주로 바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대기번호가 엄청나다.
연수원 주방에서 익힌 손동작에 일머리를 빨리 파악했으니 망정이지 어휴 . . .

각 파트별로 맡은 일들을 일사분란하게 처리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처음에는 긴장을 조금 했는데
이제는 제법 여유를 부릴 정도로 능숙해졌다.

일요일만  다른 사람으로 대처하게하고 매일 출근하느라고
요즘 고 이쁜 꽃들을 욕심껏 하루 종일 못 봐서 아깝고 또 억울하다. . . .
앞으로 더 얼마나 피고질건데 아침시간에만 잠깐씩 보고가자니 애가 다 탈 지경이다.

그래서 내린 특단의 조치는?
새벽잠을 줄이고 출근 전에 마당에 나가 잡초도 뽑아주고
싱그러운 꽃향기를 잔뜩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언제 심은 꽃인지도 기억을 못할만큼 참 부지런히도 심었더니
마당 여기저기  겨우내 언 땅들을 뚫고 앞다투어서 올라온다.
기특하고 장하다.

당분간은 휴게소 일로 정원을 가꿀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 같다.
새벽잠을 좀 줄이더라도 최소한의 시간이나마 할애해서
철마다 정직하게 게으름 피우지 않고 변하는 내 작고 어여쁜 정원을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