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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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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꽈당 넘어졌어요


BY 만석 2022-12-15

지난 5일.
서울대병원에서 정기검진이 있어서 가다가,
두 팔을 앞으로 뻗고는 오지게 꽈당~ 스라이딩!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른 일어나서 털털 털고 걸었지요.

젊은 청년들이 달려와서 괜찮으냐고 걱정을 해 주었지요.
콤파스 긴 영감은 마누라가 넘어진 것도 모르고 벌써 코너를 돌았는지 보이지도 않고.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러나 마음이 상해서 울고 싶었지요.

그런데 무릎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바지를 걷어보니 심상치않게 부어 올랐더이다.
내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영감이 물어보더이다 왜 그러냐고.

넘어졌다 했더니 어디서냐고 묻지도 않고 막 화를 내더라구요.
"그렇게 잘 넘어지는 사람은 내 생전에 처음 봐! 배삼룡을 닮았는지 ㅉㅉㅉ."
어디를 얼마나 다쳤느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허리에 손을 얹고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만 봐요.

집에 와서 밥도 잘 해 먹고 혼자서 심술이 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지요.
아~. 이건 아니다. 몸이 높은 언덕에서 뚝 떨어지는 꿈도 꾸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소금에 절인 배추같이 온통 땀에 젖어있었어요.

아무리 아파도 앓는 소리를 뱉지 않는 나인데, 아유~ 소리가 절로 나네요.
일어나서 열어보니 무릎이며 옆구리가 청동항아리같이 멍이 들고 부었네요.
몸은 천 근이나 되는 것같아 옴싹달싹을 하지 못하겠구요.

손바닥도 아프고 손목도 잘 못 움직이겠고 양쪽 어깨도 빠진 듯하고.
뼈마디 마다 쑤시는 게 정신이 다 멀겋네요.
영감은 어제부터 부어있던 심술이 오늘도 계속이네요.

.그래도, 
"일어나봐. 병원가게."하기에 억지로 일어났지요.
그로부터 어제까지 나는 영감이 지어주는 밥을 먹었지요.

병원에서는 사진 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다네요.
통증도 차츰 덜 해지고, 그런데 멍은 얼마나 찐하고 넓게 들었는지요.
병원에서 괜찮다 하니 영감도 인상이 풀어졌어요.

그래도 여기저기 저리고 숨을 크게 쉴 수가 없어서,
엉금엉금 기어서 밥은 지어 놓고 영감한테 들어다 먹으라고 하고 있어요.
영감 더 부려먹고, 엄살 좀 떨어 볼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