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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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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프다


BY 만석 2022-11-03

고고지성을 들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싶은데, 열흘이 지나면 첫돌이란다.
"ㅎㅎㅎ. 오늘은 뒤집었어요^^"
"ㅋㅋㅋ. 오늘은 기었어요 ㅎ~!"

하루도 건네지 않고 영상을 보내며 자지러지 듯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재미에,
받아보는 나도 심심찮게 기다려진다.
매일 보내는 영상 속의 아가는 하루가 다르게 재주 부리기를 더힌다.
 
아이는 그새 벽을 짚고 일어서서, 게처럼 옆으로 걸어 보인다. 엉금엉금 또 엉금엉금.
뭘 아는 녀석처럼 살그머니 주저앉아서는 저도 신기한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친다.
이젠 영상 속의 할미도 눈에 익혀서 제법 반가운 티를 낸다.

출산 휴가가 연장까지 지나고 나니, 이젠 그 아이 육아가 문제란다.
그 어린 것을 맡아 줄 손이 없다는 말이지. 나는 늘 말했다.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질 줄은모르고.
"그래도 아이가 '배고프다.'든지, '누가 때렸다. 정도는 말을 해야지 아가방에 데려다 놓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기를 맡길 곳이 없다 라는 말이지. 사돈댁들은 아직 젊으니 정년퇴직을 기다려야하겠지고. 짜잖은 시부모는 하는 일은 없어도 아가를 맡길만 하지도 않고.  '정녕 마련이 없으면 아가방에 데려다 놓지' 뭐. 했지만, 정작 떼어 놓으려니 여러가지가 걸리는 게 어미맘이겠다.

오늘 사흘째 아가방에 데려다 놓는다지만, 에미 앞에서는 쩍도 하지 말라는 애비의 부탁이다.
에미가 아가 말만하면 울음을 터뜨린댄다. 왜 아니 그렇겠나. 나도 마음이 이리 아픈데.
10년만, 아니 두 해만 젊었어도 아가를 번쩍 안아다 데려 놓겠는데... 사실은 나도 자신이 없다.

맡길 곳 없는 귀한 손주도 봐 주지 못할 할망구가 되어버렸으니, 이 몸둥아리를 어디에다 쓰랴.
베란다 통유리로 마주보이는 산마루를 향해,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서글픈맘을 담아 소리친다.
"애비야, 미안하다. 에미야 ,미안하다. 아가야, 이 할미가 너무너무 미안하구나." 미안한 사람이 많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