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44

어떤 사람이랑 사는가


BY 귀부인 2022-04-01



어떤 사람이랑 사는가흔히들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남자들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여성 둘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어머니요, 두 번째는 아내라고. 어떤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지, 그리고 결혼한 이후에는 어떤 아내와 사는지에 따라 삶이 많이 달라진다고. 이는 단순히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어떤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어떤 남편과 사는가에 따라 삶이 많이 달라진다. 


  

  복 중에 복은 뭐니뭐니 해도 부모 잘 만난 복이 최고라는 말도 있는데,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배우자는 본인이 선택을 한다. 대략 30년의 세월을 부모님의 영향 아래 산다면,  배우자와는 그 두 배의 시간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 간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 탓 만을 하며 남편 잘못 만나(아내를 잘못 만나) 내가 요 모양 요꼴이란 말을 하거나,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연히 남편 잘 만나(아내 잘 만나) 호강하네 라는 비아냥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의외로 결혼 전과 후의 모습이 완전히 바뀐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결혼 전 쾌활하고 당당했던 사람이 결혼 이후에 초췌해지고 기가 빠진 듯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혼 전에는 별볼일 없이 평범했던 사람이 결혼 이후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배우자의 영향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어느 두메 산골에서 염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TV프로그램을 보았다. 자그마한 키에 귀여운 얼굴을 한 아내는 그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예순이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통통 튀는 목소리하며  애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말은 또 어찌 그리 이쁘게 하는지, 채널을 돌리려던 나의 손을 멈추고 소파에 눌러 앉게 만들었다. 



  반면에 10살이나 어리다는 그녀의 남편은, 큰 키에  남의 이목을 끌 만큼 이목구비가 뚜렷하니 한 눈에 보기에 잘 생겼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 이었다. 그러나 잘생긴 얼굴을 가릴 만큼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염소를 돌보거나, 들 일을 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그는 도통 말이 없었다. 혼자 세상 고민을 다 짊어진 얼굴 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아내와 함께  할 때는 달랐다. 아내가 말할 때 간간히 웃기도 하고 심각했던 얼굴 표정이 편안하게 바뀌었다.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은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한국에서 적응하는 과정에 여러 어려움을 겪은데다, 본국에 있던 아내와는 이혼을 하고 심한 우울증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부부의 연을 맺은지 5년 만에 우울증도 회복되고, 한국에서의 삶이 안정 되었다고 한다.  



 매사에 불안해 하고 작은 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남편의 성향이, 아내에게 전이 되어 불행하게 살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이 이 부부의 경우는 아내의 밝고 긍정적인 성향이 남편을 살려 행복한 가정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남자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여성 중 한 명이 아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들 이야기를 보고 우리 부부의 결혼 생활도 되돌아 봤다. 연애랄것도 없이 짧은 기간 겨우 몇 번의 데이트 이후  결혼을 한 남편과는, 살면서 서로를 알아 가야 하는 시간이 길었다. 외향적인 성격의 남편과 내향적인 성격의 나는  달라도 너무 다른 점이 많아 힘들때도 많았다. 



  그런데 30년의 결혼 생활을 이어 오는 동안 나와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되고, 남편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려 노력하며 살아온 것 같다. 이젠 다름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장점으로 보일 때가 많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살다 보니 우울함에 빠지기 쉬운 내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남편의 영향으로 밝아졌고, 말 수도 늘었고, 모임 자리에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도 많이 줄었다. 남편도 침착하고 신중한 나의 영향을 받아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나이탓도 있겠으나 많이 점잖해지고 말을 많이 하다가도 잠시 멈추고 내 얘기를 들으려 귀 기울여 준다. 



  그렇지만 가끔 나로선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말과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땐  아, 왜 저러지? 하면서 이러고 끝까지 살아야 돼? 라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의 한 가지 맘에 안드는 점 때문에 나머지 아홉까지 좋은 점이 있다는 걸  놓치지 말자 하며 불평을 멈춘다. 남편도 나의 행위나 말이 용납 안되는데도 참아내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가끔가다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서로 정말 잘 만난거야 그렇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