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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서 놀란 두 가지


BY 귀부인 2021-10-28

요르단에서 놀란 두 가..



 10 여 년 전 요르단에 처음 왔을 때  크게 놀란 것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놀란 이유는 암만 시내 곳곳에 당당히 십자가를 내 건 제법 큰 규모의 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르단으로 오기 전  요르단이 중동에 있는 나라이고, 국교가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교회가 있을 것 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모스크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고, 길 건너 맞은 편엔 시리아 정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이  내겐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이게 이슬람 국가에서 가능한가 싶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요르단은 비록 국교가 이슬람교 이긴 하지만 타 종교인들이 종교 시설에 모여 예배 드리는 것을 인정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개신교, 천주교, 시리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 , 콥트교회 등 다양한 형태의 교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포교 활동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무슬림들을 개종 시켜려는 어떠한 의도나 행위가 발각되면 감옥에 가서 매질을 당하거나 강제 추방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선교사들이 구제 활동을 하거나 암암리에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 놀란 이유는 옷 가게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들 속옷 가게이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 여성들은 머리와 가슴을 가리라는 경구가 나온다고 한다.  여성들이 신체를 노출 시켜서 남성으로 하여금 성적인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유혹을 하지 못하도록,  보여지는 것으로 유혹하지 않기 위해 온 몸을 가린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중동의 무슬림 여인들은 신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신체 부위를 가리는 정도에 따라  부르카, 니캅, 차도르, 히잡으로 나뉘는데, 국가별로 개방 정도에 따라 여성들의 복장이 다양하다. 무슬림 원리주의자들이 득세한 나라들 일수록 여성들의 복장이 더 엄격하게 제한된다. 



  무슬림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드러냄으로서 남성을 유혹하여 나쁜 일을 당하지 않게  보호해 주기 때문에 속박이 아니며 오히려 여성이 존중 받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실제로 강간 사건이 일어나면 남자의 잘못으로 생각하기 보다 여자의 어떤 모습이나 행위로 남자를 유혹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여겨 여성의 잘못으로 몰아 가기도 한다. 어이없게도 험한 일 당한 여성의 가족들이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 집안의 명예를 실추 시켰다 하여 남자가 아닌 여자를 죽이는, 일명 명예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젊은 크리스찬  여성이 히잡을 쓰고 다니길래 무슬림도 아닌데 왜 히잡을 쓰고 다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히잡을 쓰고 다니지 않으면 남성들로부터 희롱을 당하거나, 추행을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고 다니다 추행이나 희롱을 당했을 때 이는 남성들의 잘못이 아니라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의 잘못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이제 속옷 가게로 돌아가서 놀란 이유를 말해보려 한다. 요르단에 온 지 얼마 안되어 슈퍼에 간 일이 있다. 나름 큰 쇼핑 몰이라 슈퍼로 가기 전  옷 가게를 둘러보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유리 진열장 안에 날씬한  마네킹들이 현란한 속옷을 입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속옷 가게 앞에서 였다. 검은 망사에 빨간색 자수, 중요 부위 겨우 가려 놓은 작은 천 조각 등 비록 사람이 아닌 마네킹이라 할지라도 눈 둘 곳을 모를 정도로 야했다. 어떤 옷은 거줘 줘도 입는 방법을 몰라 

입지도 못할 것 같은 요상한 디자인의 속옷도 있었다. 

 


  모든 여성들이 신체를  꽁꽁 가리는데 이건 뭐지? 야한 속옷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판매 하나? 이런 옷을 사 입는 여자들이 있기나 한 가 ? 하는 생각에  한 참을 멍 하니 서 있었다. 온 몸을 가려 신체를 보여주지 않는 여성들과,  야하고 화려한 속옷을  판매는 가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 요르단에서 20 여 년을 사신 교민 분을 만나 도대체 그런 야한 속옷을 누가 입는다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진열해서 파느냐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무슨 소리냐고, 이곳 여자들 겉옷으로 온 몸을 가리지만 속옷 만큼은 진짜로 화려하고 야하게 입는다고, 특정한  여성들이 아니라 거의 모든 여성들이 입는다고 했다. 하지만 왜 여성들이 화려하고 야한 속옷을 입느냐 궁금해 하는 나에게  시원스런 답은 주지 않았다. 현지 여성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 생각에 이 지역의 결혼 문화 때문이 아닌가 하고 추측해 보았다. 


이곳 중동 무슬림 국가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법적으로 4명의 부인을 둘 수가 있다.  한국인을 상대로 성지순례 가이드를 하고 있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4명의 부인을 두는 경우는 거의 없고, 요르단의 유부남 중 95%는 한 명의 부인을 두고 있다고 한다.  



  4명의 부인을 둘 수 있는데도 한 명을 두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과거와 달리 각 부인에게 따로 집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아이들 교육비도 많이 들기 때문 이란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허락된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최소한 한 명의 부인을 더 두길 희망한다고 했다. 



비록 현재는 아닐지라도 1000년 이상 종교적으로 허락된 한 명의 남편에 서너 명의 부인이라면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을까?  남편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자연스레 속옷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어쨋거나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이제 요르단에 산지 10년이 넘다 보니  교회나 성당의 십자가를 봐도 무덤덤하고, 화려한 여성 속옷 가게나, 답답해 보이던 여성들의 복장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안전하게 신앙 생활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화려한 속옷은 입지 않지만, 외출할 때 가능하면 신체 노출이 덜 되는 옷을 입는다.


요르단에 물들어 가끔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잊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