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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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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살만하시오


BY 만석 2021-08-23

매주 월요일이면 영감을 에스코트하여 정형외과엘 다녀온다. 이젠 나보다 영감의 걸음이 느리다. 내가 앞장을 서서 접수를 해 놓으면, 영감은 그제서야 병원 문엘 들어선다. 의사는 사정도 두지 않고, 금이 간 발바닥을 찾아 꾹꾹 누른다. 지난 월요일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영감의 표정이 밝다. Xray 촬영을 하고 다시 깁스를 한다.

집에 돌아와서 먼저 대문을 넘었는데, 한참을 지나도 뒤따르던 영감은 감감 무소식이다. 의사의 손길이 너무 거칠다 싶더니, 통증이 오는 거 아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서니, 영감이 대문 안에 들어와서는 삽질을 하고 있다. 손바닥만한 화단의 흙을 긁어서, 담밑으로 깊숙히 들여 쌓는다.

"아이고~. 그게 뭐 그리 급한가요. 발 나으면 천천히 해요."
"저녁에 비가 많이 온다는데... 흙이 쓸려 내릴 것 같아서. 하수도 막힐까봐 그러지."
"좀 쓸려 내리면 어때요. 발도 시원찮은데."

깁스한 발이 당신도 걱정스러운지, 집안으로 들어서서 비닐을 덧신 삼아 신는다.  다시 내려가서 삽질을 하려 하기에 큰소리로 외쳐 본다.
"내가 도와야 해요?"하니, 아니라 한다.

허긴. 병원에서도 이젠 약을 그만 자셔도 되겠다 했으니, 많이 호전이 되긴 했나 보다. 그런데 내 몸이 좀 이상하다. 감기가 오는 걸까? 급기야 몸살이 오는 걸까. 머리도 지끈거리고 목도 따갑다. 다른 때 같으면 좀 드러누었으련만 오늘은 참자. 영감 일어나기를 기다린 듯 금방 누울 수는 없지.

사실은 영감이 엄살을 좀 피우더라도, 요번에는 좀 봐 주기로 마음 먹었었다. 워낙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꼼짝을 못하는 걸 보니 걱정이 컸다. 처음 다쳤을 때 많이 아프냐고 물으니, 죽을 만큼은 아니라 했다.
"아픈 건 얼마든지 아프소. 내가 수발은 잘 들어 줄 터이니. 그런데 아직 죽지는 마소." ㅎㅎ. 지금 생각하니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