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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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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노후


BY 만석 2021-03-02

이젠 병원출입에 신물이 난다. 이후로는 절대로 병원출입은 하지 않으리라 작심을 하지만, 오늘도 나는 이비인후과 진료실 앞에 앉아 차례를 기다린다. 젠~장. 대형병원을 찾았으니 오늘도 진료보다는 검사가 우선이다. 동네병원에서 소견서를 쥐어 주었으니, 아니 올 수도 없고 말이지.

오늘도 나는 지팡이 잃은 심봉사처럼, 며느님의 손에 이끌리어 이리 저리 끌려 다닌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주 어린아이가 되어서, 미로같은 종합병원의 복도를 두리번거리는 멀거니가 되어 있다는 말씀이야. 끌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랴마는, 끌려 다니는 사람이 무슨 투정을 하랴.

나도 이끌리어 다니는 주재에 옆 테이블의 노부부가 딱해 보이니, 나도 못 말리는 물건이다. 노부부가 직원과 말을 주고받고는, 지팡이에 몸을 싣고 힘들게 일어선다.  나는 분명히,
"문을 나가서 왼쪽으로 가세요."라고 들었는데, 노부부는 다정하게 오른쪽으로 꺾어 돌아간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옆의 직원을 돌아보니, 그 직원도 한숨을 깊게 내뱉으며 걱정스럽게 노부부의 뒤를 응시한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노부부를 돌려 세우고,  곧장 가셔야 한다고 일러 보낸다. 손에 든 안내장과 같은 글씨의 '시력검사실'이라는 팻말을 일러 주고 내 자리로 돌아온다.

나는 복이 많아서 며느님의 손을 잡고 병원줄입을 하기로, 저 노부부는 다음코스를 잘 찾아갈 지가 걱정이다. 시력검사를 하고는 또 얼마나 뱅뱅 돌다가 제 자리를 찾을 수나 있으려나. 병원을 나서서 집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도, 병원에서 만난 그 노부부가 잘 찾아 다니려는가가 걱정이다.

"자꾸 물어보세요. 병원이 워낙 복잡해서요." 알아 듣기도 시원찮으리라 싶어서 큰 소리로 일렀지만, 물어본다고 다 친절하게 답을 해 주는 건 아닌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를 한다.
'오늘 병원에서 만난 노부부가 좋은 이웃을 만나서 고생하지 않고 잘 찾아다니게 하소서.'

소아마비를 앓아서 다리를 저는 먼 친척 조카벌 되는 아이가 있다. 어느날, 소아마비를 앓았는지 다리를 절며 우리들 앞을 지나가는 한 사람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내가 저런 사람을 보면 마음이 어떨 것 같아요?"

"우리 성한 사람들보다 마음이 더 아프겠지."
"아니요. 뭐하러 저러구도 살려구 밥을 먹나 싶어요."했다. 나는 지금 조카벌 되는 그 아이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노부부의 자녀들을 생각하며, 나도 그런 마음을 갖지 않았다면 거짓이겠다.

'내 나이는 뭐 적어서 남의 걱정을 하누.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