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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의 날궂이 - 배추전


BY sunny 2020-08-06

할매의 날궂이 - 배추..비가 오는 날,

궂은 날에는 으례 기름기 가득 품은 음식이나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


가장 쉬운 배추전을 너댓장 부쳐 먹는 걸로 대신한 어제 저녁이었다.


쌈으로 먹으려고 사둔 배춧잎 댓장을 잘 씻어 물기를 뺀다.

밀가루물 입힌 배춧잎을 한장씩 부쳐낸다.

먹기 좋게 잘 담아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아주 쉽다.

예전에 우리 할매는 배추전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배추적 꾸버주까?

배추찌짐 꾸버까?

하셨더랬다.

'적'이라는 말이 강원도 사투리로 '부침개'를 말한다고 하는데 울 할매는 뼈속까지 경상도 사람이셨는데...

어쨌든 나는 지금도 '전'이라 말보다 '적'이라는 말이 훨씬 정감이 있어 좋다.


사투리로 ‘배추적’이라고 부르는 배추전은 안동과 그 인접한 지역에서 즐겨 먹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타 지역의 사람들은 “시골에서 먹을 것이 너무 없어 배추로 전을 다 부쳐 먹는구나” 하듯 별 맛없다고 생각하는 게 배추전이다.


 그러나 배추전은 섬유질이 풍부하여 몸에 유익할 뿐 아니라, 다른 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별미이다. 

 배추전은 배추 줄기의 밑부분을 칼등으로 두드려 펴준 뒤 엷게 푼 밀가루 물을 앞뒤로 묻혀 기름을 두른 팬에 지져낸다. 

배추전은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해먹던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일상적인 간식, 반찬으로도 많이 먹고 있다.

경남에서는 배추를 데쳐서 지진다고 한다. 데쳐서 지지면 또 무슨 맛일까 싶으다.


다른 지역에서는 배추전을 해 먹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경상북도 북부 지역 산간 주민들의 가난한 삶에서 비롯한 음식일 것으로 추측된다 한다.


울 집안에서는 제삿날 배추전을 지지긴 하나 상에는 올리지 않는다. 아마 집안마다 제사상을 차리는 방법이 달라 그럴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배추로 전을 붙일 경우 물이 생기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으나 안동 지역에서는 배추의 고유한 단맛과 시원한 느낌을 좋아하여 배추전을 선호한다.


이쁘게 정갈하게 잘 썰어 담아 먹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팬 앞에 앉아서 전을 부쳐가며 쭉쭉 찢어 먹는 재미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