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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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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주고도 신이 난다


BY 만석 2020-07-03


일본에서 사업을 벌려 재미를 보던 막내아들이, 코로나로 된통 당하는 듯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코로나보다 더 먼저, 일본과의 무역마찰로부터 사업에 타격을 받는 것 같았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수난을 겪으며 점점 더 머리가 무거워지는 듯했다.

어쩌겠는가. 내가 도와 줄 만한 능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강 건너 불 구경하는 꼴이지.
"엄마는 걱정도 마세요. 엄마가 걱정하신다고 나아질 일이 아니니요."
나아지는 것 없는 데에다 자꾸만 보채 듯 안부만 묻기도 난감했다. 그저, '가지 많은 나무의 시련'이려니.

"엄마. 이제 살았어요."뭐가 어째서 살았는지는 자세히 말도 못하며 저도 흥분을 해서 방방 튄다. 일이 잘 풀렸나 보다. 목소리에 기운이 실려있다. 그 동안은 죽을 만큼 힘이 들었다는 얘기렸다. 맘이 짠하다.
"우리 엄마한테 먼저 보고하러 낼 갈게요. 엄마가 젤 힘드셨을 테니까. 허허허. "

그 내외가 내일 저녁을 먹자 한다. 아무 것도 하지 말랜다. 나가서 외식을 하잖다. 그래도 어디 그런가. 내 손으로 해 먹이고 싶다. 마침 밑반찬이 두루두루 있으니, 며느리가 좋아하는 오이김치나 하고, 아들 좋아하는 얼큰이 찌게나 해서 먹여야지. 코로나도 무서운데 가긴 어딜 가.

아침에 오이를 배달 시키느라고 애꿎은 쌀까지 주문을 했다. 여느 때보다 양념을 후하게 뿌리고 신이 나서 으이샤 으이샤 버무린다. 기왕에 버린 손이니 두 아들과 막낸딸아이 몫까지 챙기니, 큰 양푼으로 하나다. 하나, 둘, 셋. 빈병을 채우니, 보기만해도 내 배가 부르다.

아이들이 이 마음을 알까? 그들 돌아가는 길에 들려 줄 김치병을 보며, 아침부터 힘들게 김치 담근 에미의 배가 왜 부른지를 말이다. 그래도 더 퍼 주고 싶다. 찧은 마늘을 작은 병에 나누어 하나, 둘, 셋. 마른고추 밯은 것도 작은 봉지에 덜어서 하나, 둘, 셋. 흐흐흐. 퍼 주고도 신이 나는 것은 어미 맘 뿐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