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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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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로 가지가지 합니다


BY 만석 2020-07-02

"주민센터지요? 수고하십니다."
"예. 뭘 도와드릴까요."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분실했는데 지금 가면 바로 발급이 됩니까?"
"예. 신분증 가지고 6시까지 나오시면 됩니다. 사용은 내일부터 가능하고요 수수료가 3000원 있습니다."

지금 시각이 4시 50분. 주민센터까지는 쉬엄쉬엄 간다 해도 아마 20분이면 충분하겠다. 그래도 퇴근시간 임박해서 들어가면 눈치가 보이지 싶어서 서두른다.
코로나 덕분에 요새로 외출을 삼가했더니, 전철을 탈 일도 없어서 승차권이 없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구먼. 그나저나 승차권은 어디로 도망을 갔다는 말인가. 가방들과 옷의 주머니를 모두 뒤져도 보이지가 않는다.

비가 내린 뒤라서 날씨가 덥지 않아서 핑계김에 나섰더니 잘 한 것 같다.
"좀 전에 승차권 때문에 전화 드린 사람인데요."
"아. 신분증 주세요."예쁜 직원은 말소리도 예쁘다.
"그런데 오늘 발급은 해 드리는데요. 시간이 늦어서 모레나 쓰시겠는데요." 두 손이 바쁘니 고개를 끄덕끄덕.

가방을 뒤지던 나는 그만 멋적게 직원을 건너다보며 웃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는 듯 여직원은 깊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승차권이 여기에 있어요."
나는 가방에서 승차권을 꺼내어 보이며 멋적게 웃을 수 밨에.

여직원은 무안해 하는 나를 달래 듯이 고개를 끄던였다.
"다행이네요."
아니, 집에서도 이 가방을 열어보았는데, 그때는 왜 안 보였을까.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며 곱씹는다. '가지가지 하는구나.' 만석이가 요새로 실수를 곧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