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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들


BY 봄비 2020-05-27


이렇게 여러 명이 보는 글쓰기에는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 이렇게 살아요를 알리고 공감받고 싶은 마음에 쓰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를 좀 좋게 포장하기도 하고 평소 귀차니즘에 시달리면서도 열심히 시간이 보낸 한 때를 쓰게 되기도 한다. 마치 늘 그런 것처럼 말이다. 알게 모르게 나는 참 두루두루 생각을 편협하게 하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 '잘 사는' 부류의 사람인 양 글을 쓰게 되는데 아무래도 남이 나를 편협한 사람으로, 게으른 사람으로 보는 게 싫기 때문이지 싶다. 또한 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하는데 실수담은 잘 안 쓰게 된다. 나, 멍청이예요~ 굳이 확성기로 알릴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시고모님이 꽤 인지도가 있는 드라마작가다. 입원을 하신 적이 있어서 남편과 병문안을 갔었는데 얼굴이 벌개지셔서는 방금 한 본인의 실수담을 이야기 하셨다. 방금 기자가 찾아와서 본인을 인터뷰 해 갔는데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해서 적어 줬는데 실수로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메일 주소로 쓰는 포털사이트의 비번을 알려줬던 것 같다. 그 기자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멍청이로 생각하지 않겠냐고 부끄러워 죽겠다고 했었다. 당시만 해도 나는 새파랗게 젊은 새댁이라 속으로, '아이고, 고모님...' 했었다. 그러나 웬걸. 멍청이라고 할 것도 없다. 살면서 정말 헤아릴 수 없는 작은 실수를 해 왔고 점점 더 그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중고거래장터에 내 그림을 올렸더니 어느 분(그)이 숨가쁘게 사겠다고 했다.

그 : 저요, 제가 살게요~
나 : 네, 감사합니다~
그 : 시간 언제 되세요?
나 : 네... 0시에 됩니다.
그 : 근데, 천이 뭐라고 하셨죠?
나 : {잉?? 천??? 아, 캔버스 천을 말하는건가?} 면천 캔버스라고 아주 촘촘한 면으로 되어 있어요
그 : 그럼 세탁도 가능한거죠?
나  :(잉??? 그림을 세탁한다고? 사각의 나무 프레임에 천이 쓰워져 있고 거기에 그린 그림인데???) 그림을요?? 그림을 세탁하신다고요???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예요. 걸어두시는 거요...
그 : 아, 먼지 제거는 해야하잖아요
나 : 음.....틀 위에 먼지가 앉을 수는 있는데 살살살 털어주시면 되고, 현재는 전혀 먼지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 : 네, 그럼 0시에 00에서 뵈요~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 그녀의 교통비를 배려해서 개찰구를 통과하지 않고 경계벽을 사이에 두고 거래를 하기로 했고, 그녀는 그림만 사서 바로 반대편으로 가면 됐다. 그녀가 한 눈에 나를 알아봤다. 나보다 나이가 있는 중년여성이다.

나: 그림 사러 오신 분?
그 :네~

손에 들고 있던 그림을 들어 보이는 순간,

그: 아, 어,,아....어? 아???
나: 왜요?
그; 아, 나는 벽에 거는 천인줄 알았어요.
나: 아,  그림이라고 했는데요, 벽에 거는, 프린트 된 거 아니고 직접 그린 거라고 설명 해 놨었는데요...
그 :그러니까요,,,,아 그런데 막상 보니 사진이 훨씬 잘 나왔네요. 사진으로는 색상이 더 좋았는데...(나는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었다. ㅋㅋㅋ)
나: 하하 그래요?
그: 어쩌나...나는 천인 줄 알고...에어컨 씌워 놓으면 정말 좋겠다 싶어 사고 싶었는데...
나: (이미 거래는 물 건너 간 줄 알지만) 에고 어쩌나요?
그: 그러게요..만원이 크면 크고 작으면 작은 돈인데....지하철 타고 한참 왔는데...(사겠다고 해서 왔지만 절대 살 수는 없다는 뜻)
나: 그럼요, 천인 줄 알고 오셨는데, 사실 순 없죠. ..오시느라 애만 쓰셨어요. 어떡해요..조심히 돌아가세요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도 착잡했을 것이고 나도 그랬다. 그녀는 한 눈에 쏙 마음에 들었던 에어컨 커버용 천을 못 사서라기 보다 잘 알아보지 않았음과, 잘 읽어보지 않았음과, 잘 확인해보지 않은 자기에 대한 생각으로, 나는 나대로 세탁문의를 했을 때 이미 이 분이 뭔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디테일하게 확인하지 않았던 자신을 자책했다. 그저 두리뭉술하게 설마 그림을 모르겠어? 하고 내맛대로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씁쓸했다.

나는 실수로 신분증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버린 적도 있고,
설탕을 넣어야하는데 소금을 듬뿍 넣은 적도 있고,
중2 아이인데 중1 학습진도를 계획해 준 적도 있고,
중고가 12~13만원짜리 cd를 3천원에 판 적도 있고,
아이옷 사이즈인 줄 모르고 성인 사이즈인 줄 알고 물건을 받아온 적도 있고,
카드를 두고 마트에 간 적도 많고,
형광등을 한꺼번에 4개를 사서 들고 오다가 놓쳐서 몽땅 깨부순 적도 있고,
오이 5개를 사서 들고 오다가 한 개를 흘려서 4개만 손에 들고 속상해 한 적도 있고,
우엉을 사가지고 오다가 또 흘려서 빈 손일 때도 있었다. ㅎㅎㅎㅎ
아파트 중도금 내야하는 달을 착각해서 부랴부랴 정기예금 일부를 인출하기도 했다.
선불카드 신청도 준비물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고 갔다가 1주일을 기다렸다 받기도 했다.

그 때마다 속상해하고 스스로 한심해하고 그랬는데,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려도 할 수 밖에 없는 작은 실수들.....어쩌면 점점 더 많아질지도 모르는 실수들에 나를 너무 혼내지 말고 살기로 했다. 그림을 천으로 알고 헛수고를 한 그녀도, 제품을 잘 인지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나도 그럴 수 있다. 이런 작은 실수들이 모여 사람을 겸손하게한다고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분이 그랬다. 이젠 나의 실수나 타인의 실수에 좀 관대해져야 하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