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밖에 나갔던 남편이 차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안고 내렸다.
목에는 긴 쇠 목줄이 달려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장도 안 섰을건데 어느 장에 갔다왔어요?"
어미젖 떨어진지 얼마 안 된 강아지 같다.
다리도 짧고 발바리 종류같이 체구도 작다.
순종은 아닌것 같고 믹스견 같은데 똘망똘망하다.
"부곡 넘어오는 오르막길에 이 긴 쇠줄을 달고 이리저리 찻길 가운데를 방황하잖아.
자칫 차에 치일수도 있어서 일단 밖으로 꺼내서 주위를 살펴봐도 주인이 없어보여서
그냥 데리고 왔어.
곧 밤인데 밖에 있으면 추워서 얼어죽을 거 같더라구.
뭐 먹을 거라도 좀 줘요. 배가 홀쭉하네."
유기견일까?
아니면 목줄이 그냥 실수로 풀려서 잠시 마실나온 녀석일까?
우선 물과 사료를 좀 줬더니 게눈 감추듯 후다닥 먹어치운다.
덩치는 자그마한 녀석이 얼마나 잽싼지....
내가 준 사료를 다 먹고는 연신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배는 이미 빵빵하구만.
남편이 강아지를 주웠다는 그 길은 차량 통행량도 많고 오르막 길이라 위험한 곳이다.
그 길에서 요 조그마한 녀석이 긴 줄을 달고 왔다갔다 했으면
다른 차들도 긴장을 했을 것 같다.
곧 어두워지면 자칫 로드킬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아지가 어려서 천방지축이다.
묶어두면 낑낑거려서 잠시 풀어주는데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일장갑이며 신발들을 이리저리 물어다 옮겨두고
수돗가에 수세미며 솔까지 전부 다 마당으로 물어다 놓는다.
이빨이 나오려고 근질거려서 그런지 내 바짓가랑이도 물고 늘어진다.
손녀들 바지에도 구멍을 내 놓고.
강아지 이름을 길에서 주워온 개라 해서 "길순이"라 불렀다.
암놈이다.
혹시라도 주인이 찾을지도 몰라서 자주 그 길에 가 보는데
아직까지 프랭카드는 안 걸렸더라고 했다.
개집이야 전에 큰 개 키우던 집이 있어서 방석을 깔아주니 그 밤으로 쏙 들어가 자네.ㅎㅎㅎ
먹이 교육이나 다른 교육이 전혀 안 된 상태라 사료를 줄 때도 가까이서 주면 다 엎어버린다.
밥그릇을 따로 들고나와서 줘야된다.
누가 |뺏어먹지도 않고 경쟁자도 없는데 성격이 좀 급한 강아지 같다.
일단은 일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개똥 치우랴 밥 챙겨주랴.
길 건너 동네에는 유기견들만 열몇마리 키우는 부부가 산다.
날마다 부부가 나누어서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한다.
열몇마리를 매일 운동시키는 그 정성이 대단하다싶었다.
우리더러 와서 보고 이쁜 놈 몇마리 데려다가 키우라는걸 사양했다.
개들도 늘 관리를 해야 이쁘게 키우지 우리처럼 밖에 일이 많은 사람이 키우면 개가 불쌍해진다.
길순이는 이왕 데려왔으니 키울까 다른 개는 글쎄.....
십년도 더 전에 남편이 특수견을 키운 적이 있었다.
특수견이라함은 달마시안이나 말라뮤터, 그레이하운드, 진돗개, 코카스페니얼, 사자견 등...
일반 개들이 아니고 제법 몸값이 나가는 애완견들을 키웠었다.
몸값이 장난 아니게 비싼 개들이라 부수입을 기대하고 키웠는데 아니었다.
투잡을 한 셈이었는데 먹이주는 일이며 번식하는 일까지 잡무가 너무 많았다.
배설물 치우는 일이며 목욕시키는 일까지 지금 생각하면 무식하게 덤볐던 거 같아 쓴웃음이
나온다.
보통 개를 좋아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뒤로 미룰 수 없는 일과들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
초기 투자비용도 제법 들었는데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접어야만 했다.
다시는 개를 안 키우겠다 해 놓고 작년에
지인한테서 케인코르소라고 대형견인데 집 잘 지키고
주인한테는 충성심이 아주 강하다는 개를 네마리 분양받았었다.
단양,송이 . . 암컷
단풍,하늘 . . .숫컷
키우는 재미가 아주 좋았던 녀석들이다.
오리농장에가서 오리살을 발라 낸 뼈를 사 온 다음
식육점에서 고기를 갈아주는 기계를 사서 뼈에 살이 붙은 오리를 갈아줬다.
사료도 최고급으로 사 먹였다.
새까만 털이 반질반질거리도록 살아 오르고 말도 잘 들었다.
클수록 듬직하고 인물이 우락부락해도 애교가 많은 녀석들이었다.
남편이 애정을 많이 갖고 키웠다.
운동도 자주 데려고다니고.
단이라고 귀를 쫑긋하게 세우는 수술도 멀리 구미까지 가서 거금을 주고 해 왔을 정도다.
경비견다운 늠름함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인물로 자라줬다.
친구처럼 오래 키울 작정으로.
그랬던 케인코르소 네마리를
남편이 병원생활을 오래 하게되어 눈물을 머금고 처분하고 말았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덩치들이고 먹이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개집도 콘크리트바닥에 철대문까지 거의 사람집처럼 멋지게 만들어줬는데....
다른 어떤 개들을 키울 때보다 남편이 아까워했다.
병원에 입원하러 가기 전에 아는 집에 개들을 보내면서 진짜 많이 아까워하는 눈치였다.
병간호를 하러 나도 집을 비워야하는데 그 큰 개 네마리를 누가 관리해 주러 올수도 없었다.주인 이외에는 경계심이 많은 개들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앞발을 세우면 키 166인 나보다 더 키가 큰 애들이라 버겁다.
아까워도 어쩔도리가 없어서 없앴지만 지금도 가끔 단풍이 이야기를 하는 남편이다.
길순이는?
아주아주 쪼꼬맹이 발발이다.ㅋㅋㅋ
하도 성가시게 굴어서 내가 묶어두면 남편이 답답하다고 풀어줬더니
남편차가 다리를 건너오기만 해도 낑낑거린다.
그 모습이 귀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