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카레를 끓입니다.
항상, 언제나 집밥을 고집하는 영감이기에,
반신반의하며 카레를 대접에 담아 식탁에 얹습니다
자칫하면 오늘 저녁이 편안치 않을 수도 있다고,
지례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영감은 김치가 있는 집밥만 고집하는 사람이니까요.
카레가 싫다 하면 무엇으로 식탁을 채울까를 생각 중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내 기분이 썩 꿀꿀해지겠지요.
성질이 나서 안 할 소리를 할 수도 있겠구요.
드디어 식탁 앞에 영감이 앉습니다.
대접의 카레를 들여다 보고 나를 쳐다보고 합니다.
나는, '싫다고만 해 봐라.'하는 마음으로 영감을 뚫어져라 응시합니다.
영감은 돌솥의 나무 뚜껑을 열고 밥을 풉니다.
카레를 먹어보지도 않고 밥을 푸고 또 퍼서는, 카레를 담은 대접에 수북히 얹습니다.
쓱쓱 비비니 대접이 비좁아집니다.
"왜 섰어?" 영감이 묻습니다.
"응. 먹어야지."
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영감의 맞은쪽에 앉습니다.
"카레 안 먹는다 할 줄 알았더니?!"
"그랬다가 마누라한테 매 맞으려구?"
ㅋㅋㅋ 영감은 일찌감치 내 마음을 읽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