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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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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참 좋아졌습니다


BY 만석 2019-08-09

오늘 낮에는 그리 더운 줄 몰랐는데, 걷기 나갔다가 힘들어서 시방 기진맥진입니다.
그래서 만보 채우지 못하고 들어왔습니다.  8812보로 끝냈습니다.
폰을 열어보니 오늘 폭염주의보까지 떴었군요. 어쩐지 유독 힘이 들더라니.

80세까지 만보를 거르지 않으리라 작심했는데 벌써 무너지나 싶어서 속이 상합니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아직은 이러면 안 되는데.
나를 지켜보는 눈동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그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날씨 탓이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
아, 낮에 대대적인 청소를  힘들여서 좀 했더니 그 탓일까요?
낮에는 힘이 드는 줄도 몰랐는데. 그래도 그게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 비워놓은 막내딸아이 네 아파트에 혹시 전단지라도 쌓였나 택배라도 왔나하고 다녀왔더니,
그것도 힘이 들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만보 넘게 걸었네요.
아이구. 그까짓 일이 힘이 들었으면 만석이 이제 한물 갔네요.

그래도 아직은 아니라고 자꾸만 도리질을 해 봅니다.
누가 늙으랬냐 하는 젊은이들의  타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늙기는 싫은데 자꾸만 늙은이로 불러줍니다. 

그러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가엾습니다. 참 가엾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동안  잃었던 걸음을 찾아서 만보를 채웠더니
기분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시방은 기분이 참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