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에~~에~엥"
잠결에 귓가에 모기의 날개짓 소리가 요란해 반사적으로 팔을 휘젓는다 그러면 가끔 모기가 잡히는 수도 있었기에
모기로서는 엄청 운이 없는 일이겠지만...
밤새 내 피를 빤 모기는 몸이 무거워 잘 날지도 못한다 손바닥으로 탁 쳐서 잡으면 새빨간 피가 쭈욱,
에고 아까워라
내 소중한 피를~~이 노무 모기시키
이러니 여름만 되면 모기와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예민해진다 여러 사람과 있을 때도 유독 나만 모기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기에 모기가 보이거나 왱 소리만 들려도 맹렬한 사냥(?) 본능이 꿈틀댄다
엊저녁에도 자리에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방도 후텁지근한데 남편도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길래 우리 그러지 말고 옥상
에 올라가 잠 올 때까지 있자고 하여 둘 다 잠옷바람에 옥상으로 올라가니 선들선들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씻어 가는 듯
하여 한동안 평상에 앉아 있었다
조금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몸 여기저기가 간지러워 긁어보면 영락없이 부풀어 올라 모기가 문 흔적을 남긴다
계속 여기 긁적 저기 긁적긁적하다
껌껌해 보이지도 않으니 더 있고 싶어도 모기 등쌀에 쫓기듯 내려와 억지로 잠을 청했다
거실에서 모처럼 TV 좀 볼라치면 어느샌가 귀신같이 나타난 모기가 내 앞을 알짱거리며 호시탐탐 내 피를 빨 궁리를
하고 있으니 정신은 온통 모기에게 쏠려 TV고 뭐고 모기만 쫓느라 신경이 예민해진다
워낙 모기를 잘 타니 모기가 들어올까봐 창문도 환기하느라 잠깐 열었다 닫고 현관문도 잽싸게 여닫는데 어찌 들어와
숨어 있다 나타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편 말로는 방충망 그 틈으로도 비집고 들어온다고 한다 머리만 들어오면 몸은 쑥 빠진다나? 그 말이 참말인가?
믿거나말거나
그러니 모기가 내 눈에 띄었다 하는 날에는 나도 끝까지 추적해 기어코 퇴치를 해야만 속이 시원하고 안심이 된다
내가 피를 빨라고 허락한 적 없건마는 어찌 내 소중한 피를 뺏길소냐?
오죽하면 전기로 잡는 모기채를 다 사서 눈에 띄는 족족 모기에다 갖다대면 지지직 불꽃을 내며 타죽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낀다면
내가 너무 엽기적인가?
그래도 내 소중한 피를 지키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