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준비에 바쁜데 폰이 울린다. 바쁘지만 받아야 할 전화는 받아야지 후회가 없는 법이다.
"사모님 뭐하시나?"
남편님께서 전화를 하셨네.
"저녁준비에 사모님 바쁘신데 사장님은 뭐 하세요?ㅎ"
남편 친구집에 간 남편의 느닷없는 전화에 물어보니 친구집에서 저녁먹고 갈 거라며
친구가 좀 바꿔 달란다.
갑자기 어찌하여 나를? 안 받아도 되는데 하면서
어느새 목소리를 감다듬고 "여보세요~"한다.
친구분은 점잖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매번 함께 오시기를 기다리는데
어찌 한번도 안 오시냐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죄송하다며 어쩌다보니 일이 겹치고 바빠서 다음에 찾아 뵙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남편이 가져가는 음식은 나혼자 먹고 남편은 1도 주지 말란다?
아마 나를 데리고 가지 않으니 벌이라는 이야기인가?ㅎ
그러면 안된다고 내가 이야기 했더니 그러면 택배비 3,500원만 주라나..
참 재미있는 친구분이시네..
다음엔 꼭 한번 얼굴 좀 보여 달라는데... 어색한 인사를 함서 마무리를 했다.
남편은 큰마트가방에 한아름 들고 왔다.
각종 푸성귀와 고추, 그리고 도토리 가루와 막걸리 재료인 누룩을 나에게 건네며
막걸리를 담아 보잖다.
어이쿠! 술에 술자도 모르는 여인에게 막걸리를 담자니요?
자기가 친구에게 상세히 알아왔다며 해 보자는데
우리 남편님은 참 나와 취향이 이럴 때 안 맞는다.
난 이런종류의 것을 싫어하는데 꼭 하고 싶어한다.ㅠ
나는 잘 모르겠다는 핑계로 아버님과 함 만들어 보라고 하며 슬며니 뒤로 뺐다.
신이났는지 푸성귀를 펼쳐놓고 어느새 종류별로 나누는 남편 옆에서
난 비닐에 적당히 골고루 담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나는 엄마네
하나는 동생네
또하나는 우리 아파트 누구네...
셈을 하듯 하나씩 짚어가며 야무지게 마무리를 한다.
남편은 풋고추 튀김이 맛있을 거라며 다음날 아침 메뉴를 알려주는데
"알겠습니당~ 풋고추 시리즈 맹글어 보겠슴다.."
하면서 풋고추도 봉지봉지에 담았다.
풋고추 튀김은 맛있는데,
사실 튀기고 난 다음 정리가 좀 신경이 쓰여 에어프라이에 하려다가
그래도 튀김은 기름에 튀져야 제 맛이지 하는 마음에
풋고추 열 한 개를 튀겨서 깔끔하게 먹었다.
여리면서 별로 맵지 않은 풋고추가 맛있어
남편에게
"다음에도 풋고추 많이 따 오세요~"
"저렇게 많은데 또 가져오라구?"
"돈 워리! 내가 또 한 번 시작하면 시리즈로 잘하잖아.
이번엔 풋고추 요리 원없이 해 드리고ㅡ 또 나눠 먹어야 맛있잖아.
절대 많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아닌게 아니라 친구가 주말마다 와서 밭에 심어 놓으 것좀 수확해서 가라고 하는데
거리가 좀 있어서 자주는 어렵고 친구가 부탁하면 좀 같이 일도 도와주면서
상부상조하려고 했단다.
남편은 성당을 다녀와서 또 친구에게 갔다.
사실 어제 친구네 집에서 살구주를 만들어 오려고 햇는데
엉뚱하게 푸성귀 따고 다른 거 챙겨 주는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깜빡했다구...
죄송합니다.
오늘은 못 뵙고 다음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