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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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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번째 꿈!


BY 이루나 2018-09-25

어릴 적이었다.
물을 길어다 먹어야 했고 공동변소를 쓰던 나의 음울했던 10대 시절에 t.v 드라마를 보면
서울의 부잣집들이 등장한다. 엄마는 살짝 하이톤의 비음 섞인 콧소리로 " 여 보오 ~다녀
오셨어요 " 하고 방긋 웃는다. 엄마가 홈드레스 자락을 잘잘 끌며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 얘들아 아빠 오셨다아~ " 하면  명랑하게 웃으며 뛰어나온 아이들이 아빠 품에 안긴다.
 70년대 가족 드라마의 단골 풍경이었다.

아침이면 수도꼭지에서 더운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길어다가  연탄
보일러 옆에 있는 빨간 플라스틱 물통에 물을 채워 놓았다가 데워지면 퍼내어 쓰느라 힘이
드는데 저 집은 참 좋겠다. 그런데 어떻게 수도꼭지에서 더운물이 나오지? 참 신기했다.
이담에 나도 꼭 저런 집에서 살아야지 다짐했었다. 

작년 추석날 맑은 가을 하늘을 내다보면서 볕 좋은 창가에 앉아 친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어릴 적 꿈꾸던 두 가지를 다 이루었다 했더니 다들 놀라워하며 궁금한 얼굴이
었다. 그 첫째가 바로 온수가 쏟아지는 집이었는데 이루었다. 두 번째는 70년대에 나온 유행가
중 " 자가용 타고서 친정에 가세 " 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반신반의했었다. 80년대 후반부터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더니 90년대에는 마이카 시대가 도래할 거라 언론에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91년도에 잽싸게 면허를 취득하면서 언제나 내 차가 생기려나 기대했었는데
그도 오래지 않아 이루어졌으니 나는 성공한 인생이라 자평했다.

다들 웃으면서 별거 아니네 하길래 그 별거 아닌 게 어려운 거야
그런데 요즘 인생 후반에 다른 꿈이 생겼다네 뭐냐 하면  내가 환갑이 되면 지금의 차를 레저용
으로 바꿔서 전국 일주를 할 거야  40대 때에는 걸어서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이제 그건
힘들 것 같아서 차로하려고 그리고 70에는 세계 일주를 할 거야 영어를 좀 배워야겠지 어때
내 꿈이 이루어지겠지 다들 응원의 박수 부탁해요. 짝짝 짝짝  

어제 추석날 그 꿈은 잘 되어 가냐 묻는다. 7월부터 주민센터 생활영어반에 등록을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어가 잘 안돼 다른 사람들은 예습 복습 단어 외우기까지 하더구먼 나는 왜 그리 바쁜지
일주일에 두 번 갔다 오면 책 한번 펼쳐볼 새가 없으니 쯧..... 그래도 10년넘게 남았으니 괜찮아 열심히
해 봐야지 나의 이 원대한 두 번째 꿈 꼭 이루어 지길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기타 여러분
많이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