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남해 다랭이마을, 은모래 비취해수욕장, 보리람, 원예 예술촌을
남편이 운전하여 1박 2일로 다녀왔다.
처음이었다.
전라도에서 경상도까지 우리가 다녀오게 되다니.
갈수록 운전하기 무섭다며 먼 곳을 피하던 남편이었다.
시집간 딸이 팬션을 예약해주고 비용과 자세한 여행정보를 알려 주었다.
물가에 내 놓은 아이들처럼 안심이 안된다며 실시간으로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딸은 확인했다.
쉴 곳이 있는곳마다 쉬어가며 구경 다니는데 참 재미있었다.
남편은 차로 두시간 넘는 거리는 아예 운전 하지 않았다.
겁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시속 80킬로만 넘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 우리가 그 먼곳을 남해까지 4시간이 넘는 거리를 여행하고 오다니
정말 장하다고 서로 격려를 해 주었다.
다랭이마을은 바다 근처까지 내리막길을 가는데 힘들었다.
원래 무릎이 안 좋기 때문에 끙끙거리며 내려가고 올라왔다.
우리가 보아 왔던 바다보다 엄청 큰바다였다.
기념 사진을 막 찍고, 우린 은모래 비취로 갔다.
그렇게 보드럽고 고운 모래가 있을 줄 몰랐다.
며칠 놀고 싶을 정도로 고운 모래와 천년도 되었을 소나무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우린 멸치 회무침을 처음으로 먹어보았다.
멸치와 채로 썰은 배가 입안에 살살 녹아 정말 맛있었다.
포식을 하고 1박을 했다.
다음날 잠이 없는 우리는 7시에 출발하여 보리암을 갔다.
1주차장에 차를 놓고 2주차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겠어서 택시를 탔다.
그리고 걸어서 보리암에 도착했는데 정말 눈 가는곳마다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다 보였던 산 봉우리와 바위들이
차차 안개인지 구름인지 덮여가는데 그 또한 신기했다.
두어시간을 머물며 구경했다.
남편에게 이제 내려 가자고 했다.
"싫어 안갈거야" 하고 남편은 더 있고 싶어했다.
내 생전에 이렇게 좋은 곳을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주 작은 길도 가보고 산 꼭대기까지 가서 돼지 닮은 바위 사진까지 찍어왔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그냥 기다리며 쉬고 있었다.
신이 난 남편은 다 구경했는지 이제 가자고 해서 우린 예술촌으로 갔다.
아름답게 꾸며놓은 꽃밭과 산책길 외국인의 집들 다 구경했다.
남편은 거기서는 빨리 가자고 했다.
왜? 천천히 보고 가자고 했더니 보리암이 제일 좋아서
다른건 이제 눈에 안 들어온다 했다.
웃음이 나왔다.
우린 집에 돌아와 마주보며 신기해했다.
큰차를 작은차와 바꾸고 일년이 지났지만 적응이 안 되어 먼 길을 서로 가기 싫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큰 맘 먹고 머나먼 남해까지 다녀오다니.
정말 장하다고 서로 칭찬을 해주었다.
이제 운전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음번에는 충청도까지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경기도까지 도전해 보자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내 나이 환갑 되어서야 여행에 맛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