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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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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수채화


BY 사랑살이 2017-05-25

조금씩 비가 뿌리기 시작 할 무렵
차를 몰고 가다가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할아버지,할머니의 뒷모습을 보았다.
할머니의 왼쪽 손에는 차라리 짐에 가깝다고해야 옳을 커다란 보따리가 들려있었고,
그 보따리만으로도 걷기에 힘이 들것 같았는데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오른팔에 거의 매달리다시피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한걸음씩 뒤미쳐 따라가는 할아버지의 걸음걸이는 몹시 불편해 보였다.
그 불편한 걸음걸이는 요근래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된 생활같아 보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보다 키도 체구도 작았다.
어쩌면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위해 걸음걸이를 늦추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잠깐 사이에 차창에 빗방울이 더 자주 와닿았다.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삼고 있는 우산을 할머니에게 건네 주었다.
자동우산이 아닌 모양이었다.
왼손에 들고 있던 보따리를 땅에 내려 놓고 할머니는 우산을 폈다.
그러는 중에도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오른팔에 계속 팔장을 끼고 있었다.
할머니가 보따리를 다시 왼손에 들자 할아버지가 우산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 두 분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서로 우산을 들겠다고 주장하는 듯 하였다.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양반이 무슨 우산을 들겠다는 거예요?'
'아무리 내가 이래도 이깐 우산 하나 못들겠어? 임자는 짐도 무거울텐데 빨리 이래내?'
이런 대화들이 들려올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속으로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날도 궂은데 왠만하면 집에 그냥 계시지 왜 나오셨을까,하는 생각과 그리고 또 하나는 저분들은 자녀는 있을까,하는 생각...
그러는 중에 신호가 바뀌었다.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뒤를 돌아 보았다.
두 분의 실랑이는 계속 되었다.
아니 두 분의 사랑이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겐 그건 사랑으로 보였다.
오래된 사랑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자동 우산이 없어도,날씨가 조금 궂어도, 걸음걸이가 불편해도, 자녀들이 어쩌다 무신경해도 함께 늙어갈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아름답고 좋은 일이다.
그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