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거진 끝나가나?
아니네.
이번 주 내내 비 소식이 있다.
어제 오늘 햇살이 반짝했다.
이 때를 놓칠세라 여름 이부자리에 풀을 먹였다.
흰밥을 푹 고아서 고운 헝겊주머니에 넣고
조물조물 매끄러운 물이 나오도록 주물러 치댔다.
물을 갈고 또 주무르고 또 주무르고
한참을 주물러서 제법 많은 풀물을 준비해서
여름용 차렴이불 세채를 치댔다.
덜 덥기 전에 한다고 이른 아침에는 했지만
땀이 비오듯 한다.
밤에 시원하게 자자고 이 무슨 땀바가지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면 왕짜증이 나겠구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여름이불에는 풀이 빠닥하게 먹인게 좋다.
처음에는 등을 꾹꾹 찌를 정도로 쎄게 먹여져서
몇번 누워버리면 눅어져서 깔깔하게 딱 좋다.
침대매트는 등에 달라붙지 않고 이불은 까슬까슬한 그 자체가 좋다.
여름같은 경우는 침대매트도 굵은 면사로
넓직넓직하게 짠 걸 풀 먹인다.
그러면 일반 아사면이나 삼베요보다 더 좋은게
실이 굵다보니 공기층이 넓어서
풀을 빠닥하게 먹여주면
어릴 적 마당에 깔아 놓았던 멍석에 누운 기분이 든다.
저녁 먹고 엄마가 피워 놓은 모깃불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일어나고
멍석에 누워서 하늘에 별도 보고
옥수수하모니카를 불던 생각이 난다.
친정에 가면 엄마는 늘 까슬까슬하게 풀 먹인 이불을 내 주셨다.
여름에는 달라붙는 이불은 덥다시면서.
요즘은 거의 침대생활이라 풀 먹인 이불이 딱히 필요없지만
그래도 나는 여름만 되면 풀 먹인 이불을 고집한다.
남편은 풀먹인 이불이 싫단다.
그래서 같은 침대 다른 이불을 덮고 자다가
요즘은 그마져도 덥다며 너른 거실에서 혼자서 잔다.
우리 애들은 마냥 보드라운 이불이 좋단다.
풀 먹여주랴? 했더니 단번에 노~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데 그걸 모르네들...ㅎㅎㅎ
창문에는 푸른색 아사면 커텐도 다림질 해서 달고
안방과 거실 에어컨의 먼지도 닦아냈다.
여름에 주방에서 입을 얇고 시원한 옷들도 찾아놓았고
이것으로 여름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