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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다녀오다


BY 그대향기 2016-07-04

지난 6월 23일 부터 30일까지 필리핀을 다녀왔다.

관광목적이 아니라 선교지방문이라 일정이 빡빡했다.

새벽6시부터 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이동과 예배의 연속이었다.​

마닐라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오지마을로만 다녔기에 이동수단도 말과 쪽배 그리고 지프니라고

우리나라 짚차를 개조한 차와 트라이시클이라는 오토바이의 개조품까지 기차만 빼고 다 타고 이동을 했다.

기본이 한두시간이고 길게는 서너시간씩.

깊은 산골에 사는 소수민족들한테도 갔었다.

순박하다못해 태초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인데 얼마나 고운 음성으로 찬양을 하는지...

읽고 아는게 아니라 귀로 듣고 온 몸으로 진정을 다해 드리던 그들의 예배.

글줄이라고 읽을줄 안다고 했던 우리가 부끄러울 정도로 그들의 언어는 ​순수하고 맑았다.

욕심없이 사는 그들의 생활이 소박했고 진실했다.

38도에서 40도를 웃도는 더위에 하루 온 종일 물병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와는 다르게

​그들은 초연했고 덤덤했고 강했다.

태어날 때 부터 피부로 느끼며 살았던 기후탓인가?

마닐라와 같이 큰 도시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가 갔던 산골마을이나 작은 마을에는

돼지가 가족이었고 눈이 맑고 속눈썹이 너무너무 길고 어여쁜 아기들이 많았다.

가만히 뽑아보고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한다던 속눈썹성형이라도 했는가 싶을 정도로 짙고 길고 ​예뻤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크고 까만 눈동자에 짙고 길고 예쁜 속눈썹을 가졌던 아이들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집에서 ​가난하게 살아도 우리와 눈만 마주쳐도 방싯~웃어주는 여유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찬송가도 곧잘 따라부르고.

필리핀에 간다니까 걱정부터 하던 이웃이 있었다.

"그나라 너무  위험한테 가도 돼?"

"그 나라에서 30년 동안 현지인들하고 같이 사는 사람도 있는데 뭐 어떨라고."

7박 8일 동안의 일정을 무사히 건강하게 잘 마치고 돌아왔다.​

원래 목적데로 나는 조리사자격으로 공짜로 얹혀갔다.

집에서 가방을  꾸리면서 집된장에 마른 표고버섯과 멸치를 갈아서 버무리고

땡초와 대파는 냉동시키고 한우도 잘게 썰어서 냉동시켰다.

쌈장에는 견과류를 다져서 넣고 마늘을 많이 넣고 꿀도 조금 넣고 만들었다.

삼계탕거리로 녹두와 말린 대추 그리고 인삼도 챙겨갔다.​

선교사님들이 필리핀에서 30년을 지내시다보니​ 한국음식이 그리우시다고 했다.

누룽지도 만들어 잘게 부셔서 가방에 오리조리 펴서 넣다보니 22키로가 넘네~

옷가방은 더운 나라인지라 기내가방에 차곡차곡 얇은 옷으로 여러벌 넣었다.

아침부터 땀을 흘리기 시작하니 하루 두벌은 기본인지라.

올때는 옷과 샌들 화장품 타올 종류는 거기에 두고 왔다.

5년 전에 필리핀에 갔을 때도 나와 1주일간 주방에서 같이 일한 현지인한테

옷과 약간의 달러, 화장품을 드리니 많이 고마워 한 기억이 있다.

화폐단위가 페소이긴하지만 달러도 도시에 나가면 사용가능하다.

하루 일당이 조금밖에 안되는 동네여서 우리가 주고 오는 약간의 달러나

가방을 들어주는 수고비로 건네는  페소는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

그걸 바라고 베푸는 친절은 아닌데 우리는 돌아오는 길이니 쇼핑를 안하거나 적게하면 ​

그들의 아이들과 온 가족이 맛있는 밥한끼를 먹을 수 있다.

주방에서 내 일을 도와 준 ​현지인은 내가 돌아올 때 말린 망고와 망고가루를 가만히 내 밀었다.

"쌩큐 맘.."

7박 8일 동안 바디랭귀지로 나와 의사소통을 하느라 정도 들었고​ 5년 전에도 만났던 정든 얼굴이다.

눈치도 빨라 내가 대충 버벅거리며 설명을 해도 내가 원하는 걸 찾아준다.

가령 참기름이 필요할 때 일단 "참기름"이라고 말한 다음 "코리안 오일"이라고 또 말하고

내가 손으로 나물 무치는 시늉만 하면 "오...예쓰 맘" 하고 참기름 병을 들고 온다.

그래도 안되는 거는 찬장을 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본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걸 찾거나 없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찾는다.

선교사님들이​ 여자분들이라 주방일을 잘 아니까 훈련이 좀 된 사람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와 그들의 음식문화가 많이 다르니 여러가지 양념들이 어려웠다.

그 나라는 더운나라여서 주로 튀기고 설탕에 조린 음식이 많다.​

우리는 데치고 무치고 절이는 음식이 많고.

신선한 채소는 비싸고 귀했다.

망고와  바나나는 원없이 먹고 왔다.

재래시장은 딱 한번 나가봤는데 트라이시클이 너무 붕붕거리고 다니는 통에 매연때문에 쇼핑포기.

앞이 잘 안 보일지경이었다.

닭이나 돼지고기도 냉장시설없이 노점에서 실온으로 파는데 놀랐다.

그 더운 나라에서.....​

도시와 너무나 다른 문화생활이었지만 그들은 평온해 보였다.

문명의 혜택는 다소 부족했을런지는 잘 몰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의 행복은 누리고 있었다.

마닐라와 우리가 갔던 그곳의  빈부차이는 감히 짐작도 안되는 차이였지만 그래도 여유로워 보였다.

느린 시간이 가면 그들도 문화생활을 누리며 사는 날이 오겠지.

그들의 시간개념은 아주 느리고  여유가 넘쳐서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다.

두시간 서너시간 늦는 것에도 느긋했다.

밤 12시가 넘어도 바쁘지 않았다.

그래서 발전도 늦나?ㅎㅎㅎ​

7박 8일

결코 짧지만은 않은 일정이었지만 아프지 않았고 배탈나지 않았고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끔찍한 일은 같은 나라 다른 사람들 일이었다.

우리의 모든 일정 동안 ​보이지 않은 도우심이 있었다고 믿는다.

30명 모두가 감사했고 또 감사한 일정이었다.​

내가 새벽부터 땀 흘리고​ 수고한 일로 모두가 맛있고 배불리 먹어 준 것에도 고맙고.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지친 일행들을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닭을 장만하고 녹두와 대추를 넣고 삶은 물에 닭,마늘과 인삼을 넣고 푹 고은 삼계탕 맛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라고들 추켜세웠다.

그 힘으로 밤 12시까지 버티는 힘을 얻었노라고....​

대충 구한 밀가루로 감자와 잔파를 넣고 현지에서 나는 아주 작고 매운 빨간고추로 양념장을 만든 수제비는

우리나라 고급 음식점에서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 더 오래 기억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인들이 해 줬던 이색적인 수제소세지와 돼지고기 꼬치 가느다란 잡채 등 전통음식도 맛있었다.

바나나 잎에 돌돌 말아 만든 찹쌀떡도 쫄깃하게 좋았다.​

갑자기 주문 받은 비빔밥에 마른미역을 불려서 참기름과 간장 필리핀 파인애플식초를 넣고​

주물러 냈는데도 현지인들이 "엄지 척​"을 해 줘서 같이 웃었다.

재료가 다 있는데서는 뭔들 못하랴~

없는 것에서 해 내야 진짜 쉐프지.ㅋㅋㅋ​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선교사님들 몰래 불렀던 대중가요와 차가 떠나가도록 웃었던 일

힘든 일정이었지만 그 힘듦조차도 ​즐거웠다.

비가 잦은 필리핀에서 비를 안 만나고 무사히 돌아오니 우리나라는 장마비가 주룩주룩~

7월 말에 있을 수련회준비로 다시 일충전 중.​

지난 6월 

필리핀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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