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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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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을 하다!!


BY 시냇물 2016-06-02

지난 주말 아침에 일어나서 깔고 잤던 자리를 걷어 털다 보니 삼베로 누벼져 있던

천이 다 닳아서 털때마다 먼지가 풀썩풀썩 나는 거였다

'이걸 어떻게 할까?'하고 생각하다 보니 집에 삼베가 있지 싶어 남편에게

"우리 지난 번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입었던 남자 상복 있지 않나요?"

하고 물었다

사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후손들이 입을 상복을 손수 손바느질로 꿰매 지어 놓으신 걸로

남편을 비롯한 남자 상주들이 입고 어머니 상을 치룬 것이다

그걸 각자 다 갖고 간 다음 남편이 입었던 것만 태울 장소도 마땅치가 않길래 그냥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한땀한땀 그야말로 장인(?)의 정신으로 만드신 거라 선뜻 버려지지가 않았다

그걸 우선 다 뜯어놓고 보니 지금 깔고 자는 패드 바닥은 얼추 나올 것 같았다

이리저리 재단을 하여 나도 손바느질로 이을 수 있는 데까지 다 이어서는 우선 패드 넓이에 맞췄다

바느질을 해보니 그게 또 장난이 아니었다

굵은 바늘로 조각을 토요일 하루종일 잇다 보니 오른손 엄지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이 아파서

집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조금씩 모양을 갖춰 가니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여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냥 사고 말지한

물론 나도 그게 훨씬 쉽고 편하다는 건 알지만 내 손으로 해 본다는 데 의의가 있고

자원의 재활용 면에 있어서도, 거창하게 말하면 환경을 살리고 또 지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한지라 힘들긴 했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깔고 잘 생각만 하면 괜시리 더 기분이 좋아지는 거였다

일단 미싱으로 박으려면 밀리지 않게 시침질까지는 해야겠기에 이 또한 일요일 하루를 매달려

다 시쳐 놓으니 남편은 대단한데!하며 놀라는 눈치다

 

마침 동네 아는 지인이 가정용 미싱을 갖고 있다길래 그 집에 갖고 가서 미싱으로 마무리를 하기로

하였다(가서 보니 유명한 SINGER미싱이라니?)

미싱을 하다!!

​예전에 먹고 살기 위해 봉제 일을 할 때는 그리도 지겹고 재미도 없더니만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들려고 미싱을 해보니 그때 와는 기분부터 달라 선풍기까지 틀어 놓고서는 '달달달'소리도

경쾌하게 열심히 미싱을 돌렸다

정말 오랜만에 잡아 본 미싱이었는데 나름 재미있게 하다보니 점점 패드의 꼴을 갖춰가고 있어

지루한 줄도 모르고 그야말로 미싱 삼매경에 빠졌다고나 할까? ㅎㅎ

미싱을 하다!! 

사실 봉제를 했다고는 해도 내가 본격적으로 한 건 아닌지라 나는 그야말로 초보자에서 조금 벗어났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때 나를 가르쳤고, 지금도 봉제 일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이 사진을 보냈더니

"아니, 이거이 뭐여?"하길래

"내가 미싱으로 한 삼베 패드라는 거여!"라고 했더니

"ㅎㅎ 웃긴다!"라고 한다 하기야 선수급인 동생에 비하면 삐뿔빼뚤하니 박아 놓은 게 그야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는 꼴이 되었으니 얼마나 웃기겠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미싱질을 했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하고 그날 저녁부터 깔고 자니

삼베의 감촉이 까실까실한 게 어찌나 시원하고 좋던지!

돈주고 산 그 어떤 패드보다 더 애착이 가면서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으니 이래서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새롭게 도전을 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내친 김에 남편에게 미싱 하나 사 달라고 꼬드겨 그 유명한 부라더 미싱을 주문 해놓고

택배가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아, 이제부터 미싱으로 부업을 해서 용돈이라도 벌어 봐?ㅎㅎ

나름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야심찬 계획을 또 은밀히 꿈꿔 본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