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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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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꽃 두 다발, 카라 꽃 한 다발.


BY 편지 2015-05-11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했듯이 온 세상이 초록물결과 향기 나는 꽃들로 그득하다.

라일락 꽃 향기가 막 시들면 아카시아 달콤한 꿀 향기에 나무를 올려다 보게 되는 계절이다.

이런 오월이 오면 꽃 향기에 취할 새도 없이 행사들이 이어진다.

어린이날이 지나가니 어버이날이 왔다.

어버이날을 맞이하면 내가 어머니가 되고, 나의 어머니를 챙겨야 하는 날이 온 것이다.


엄마에게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됐다고 하신다.

자식을 위해 바라는 게 없는 것같이 말씀을 하시지만 남의 자식은 속도 안 썩이고 살갑게 잘하는데,

우리 자식들은 안 그런다고 불평불만도 많으신 분이시다.

눈이 높으셔서 웬만한 옷은 맘에 들어 하지 않으시고,

입맛이 까다롭고 유기농만 고집하셔서 빵도 외식도 인상 찡그리고 싫어하신다.

그래가지고 현찰이 제일 편해서 현찰을 준비하는데,

성의가 없는 것 같아서 레이스 달린 옷을 한 벌 사고,

꽃을 사갈까 하고 물어봤더니 정색을 하시며 사지 말라고 하셨다.

하긴 정원에 내가 심어준 꽃이 많으니 안 사가도 될 것 같아서 꽃은 준비를 안 했다.


어버이날 딸이 퇴근 후 일찍 온다고 한다.

며칠 전 딸아이가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기에 선물 필요 없다고 현찰로 달라고 했다.

나도 우리 엄마를 닮아서 까다롭고, 카네이션도 돈 아깝다고 사 오지 말라 했더니

그럼 알았다고 현찰로 준다고 했으니 일찍 와서 현찰을 주겠지, 했다.

근데 딸아이는 쇼핑백에 꽃을 한아름 담아 가지고 들어왔다.

안개 꽃다발 두 개와 카라 꽃 한 다발.

안개 꽃은 나와 아빠, 카라 꽃은 할머니 거라고 한다.

하얀 안개 꽃과 파랗게 물들인 안개꽃과 분홍색 노랑색 자잘한 꽃이 정말 예뻤다.

내가 카네이션 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고속터미널까지 가서 안개꽃을 사왔다고 했다.

그리고 노란색 편지지에 편지를 써서 현찰과 함께 내게 주었다.

안개꽃 참 예쁘다. 말릴 수 있는 꽃이라 넘 좋다. 내년에도 이 꽃으로 준비해 줘.

안개꽃과 이름은 모르지만 말릴 수 있는 자잘한 분홍색 꽃을 꺼꾸로 매달아 놓았더니

부엌이 예쁜 화단 같다.


카라 꽃을 들고 엄마한테 갔다.

카라 꽃을 유리꽃병에 꽂아 식탁에 놓으니 밤색 식탁이 하얗게 빛이 났다.

엄마를 모시고 동생들과 올케와 냉면전문점으로 외식을 하러 갔다.

기다려야 했다. 십분 정도.

사람 많은 곳에 뭐 하러 왔는지…”

엄마는 불평불만이 많다. 어버이날이라 조금 기다리는 것뿐인데, 벌써부터 인상을 쓰신다.

엄마 옆에 앉아 뭐 드시고 싶냐고 물었더니

몰라, 아무거나 먹어.”

먹고 싶은 거 말하시면 되는데 항상 이런 식으로 퉁명스럽게 말을 하신다.

아들 둘도 잘 살고., 며느리도 착하고, 비싼 곳으로 외식을 온 게 아닌데

쓸데없이 돈 쓰고, 국물에 미원이 많이 들어가고, 음식점 고기는 나쁘다고 싫으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먹으면 귀찮아 하시고.

며느리랑 내가 음식을 한다고 하면 엄마가 더 먼저 나서서 하시고,

심하게 깔끔하시고, 일일이 참견을 하셔서 며느리와 내가 힘들고 불편하다.

그래서 의논 끝에 외식을 하기로 해서 기분 좋게 나가면 이렇게 불만이 많으시다.


나의 어머니는 너무 어려운 시절을 살아내셔서 매사에 걱정이 많으시고,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고, 자식이 잘 살고 있는데도 못 살까 봐 불안해 하신다.

아들을 먼저 챙기시기 때문에 밥을 퍼도 아들 밥 먼저 푸고, 누나인 내 밥은 맨 나중에 푸신다.

내 말은 안 듣고, 무조건 아들 편만 드시는 분이라 사실 섭섭할 때가 많았지만 이해하려고 한다.

어머니 세대는 아들을 선호하는 세상이었고, 딸은 아들 다음인 것을 알기에.

당신도 아들 하나에 딸 많은 집이라 외할머니가 딸을 심하게 구박했다는데

그게 너무너무 섭섭하고 서러웠다고 엄마는 내게 말해 놓고, 우리 엄마는 아들편이다, 항상. 


안개꽃 한 다발을 받아 들고 딸의 편지를 읽으며 어버이날이 행복했다.

멀리서 공부하는 아들아이는 전화만 왔다.

뭐니 뭐니 해도 딸이 더 엄마를 챙기고 엄마 마음을 알게 되고, 알고 있고, 안다.

딸이다 보니 엄마 꽃도 아빠 꽃도 할머니 꽃도 사 들고 오는 것이다.

친정엄마가 아들을 더 좋아해도 뭐, 괜찮다.

텃밭에서 기른 열무로 김치도 담아주셨고, 장조림과 고추장아찌도 담아주셨다.

텃밭에서 기른 상추와 쑥갓도 한 봉지 가득 담아왔다.

자식을 위해 텃밭엔 오이, 호박, 토란, 들깨, 도라지, 가지, , 또 뭐가 있었지? 아하! 고추, 머위.

아주 골고루 많이 기르고 계시다.

팔다리 아프다고 찡그리고 계시면서 겁나게 부지런하시다. 하하하~~


나는 엄마를 위해 불두화, 붓꽃, 금낭화, 허브 꽃들, 너도부추꽃, 코스모스, 과꽃, 백합, 한련화,

수레국화, 분꽃을 심으려 했더니 분꽃은 꼴 보기 싫다고 해서 안 심었다.

해바라기도 키가 멀대 같이 크다며 뽑아 버리셨다.

작년에 딸기 모종도 심었더니 걸리적 거린다고 호미로 캐버리셨다. 히히히~~

난 엄마가 좋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처럼 96세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음 좋겠다.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