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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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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낙상 조심하셔요.


BY 비단모래 2014-12-13

12월이 시작되면서 대설특보가 잦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백색의 세상이고 눈이 가는 곳마다 설국의 풍경이 풍요롭다.

그런데 겨울에 내리는 눈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성처를 내기 쉬워

낭만에 가득차 지내기에는 조심해야할 것이 많다.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눈속에 파묻힌 그날 새벽

동생과 산행에 나섰다.

남편은 미끄러우니 운동장이나 몇바퀴 돌고오라고 걱정스레 말했지만

아침운동을 시작한지 15일 되는 아침이니 이제 산에 오르는 일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름붙인 마의 세코스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희열의 산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덕노인복지관에서 방죽까지 1코스
방죽에서 용화사까지 2코스

용화사에서 예전 약수터가 있던 자리 까지 3코스

숨이 턱턱 막히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힘차게 뛰는 그 순간도 정말 짜릿하다.

3코스를 지나고 나면 뛰던 심장도 가라앉고 호흡도 편해진다.

그러며 우리는 인생의 길도 깨닫는다.

 

이렇게 고단한 길을 걷지 않으면 편안한 길을 걸을 수 없다는것을...

 

봉황마당에 오르면 그야말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며 시 한 편을 낭송하고 소방도로를 걸어 법동소류지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면 2시간 걸린다.

 

밤새 눈이 내린 계족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겨울이 피워낸 눈꽃은 유리꽃처럼 눈부셨고

햇살에 녹아 없어질것에 안타까웠다.

눈이 내린 새벽도 따뜻한 이불속의 유혹을 물리치고 위대한 자연 풍경을 두 눈 속에 담을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려오는 길도 미끄럽지 않았다.

동생에게 여러가지 시 이야기를 해주며 즐겁게 내려왔다.

 

계족산을 다 내려와 300여년을 지키고 있는 계족산보호수앞에서 속절없이 미끄러졌다.

손에서 뚝 소리가 났다.

일어나 주먹을 쥐려하니 손이 후르륵 떨렸다.

그리고 손목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통증은 뭐라고 표현할 수도 없었다.

 

남편에게 뭐라고 말하나 놀랄텐데...그것도 걱정이 되었다.

 

을지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x-레이를 찍고 CT를 찍으니 손목관절이 부러졌다.

그날 응급실에는 눈길에 미끄러져 대퇴부를 다친 환자..나처럼 손목을 다친 환자

또 집 베란다에서 미끄러졌다고 머리와 다리까지 다친 할머니

그야말로 낙상환자가 절반이었다.

 

나는 그 길로 황망스럽게 입원을 하고 이튼날 전신마취를 하고 손목수술을 했다.

 

이렇게 나의 야심찬 아침산행은 막을 내렸고 민앙한 눈길미끄럼환자가 되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다리가 아니고 손이라 다행이다

손 중에서도 왼 손이라 다행이다라고 다행인 조건을 찾아 나를 위로했다.

 

정형외과병동 곳곳에는 낙상주의 팻말이 붙어있었다.

벽에도 침대에도 링거대에도 낙상주의, 미끄럼조심 이라는 팻말이 겨울에 얼마나 낙상환자가

많은지 알게했다.

내가 입원한 병실에도 네 명이 낙상 미끄럼환자였다.

할머니들은 고관절을 다쳐 수술하고 고통스런 치료를 받고 계셨다.

 

  

겨울을 다 보내고 봄이와야 나는 운전도 하고 바깥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것이다.

 

또 서해안과 충청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얼마나 무서우면 대설주의보를 최승호시인은 백색계엄령 이라 했을까?

 

정말 이 백색계엄령이 내려진 지금은 조심조심 하는게 상책이다.

 

최승호 시인의 백색계엄령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                                                                                                              대설주의보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의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