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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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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BY 바늘 2014-08-09

 

 

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이 별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이 신의 섭리를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이 인연이 소중한 것은 반짝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빛을 받고,너는 나의 빛을 받아서 되쏠 수 있을 때

별들은 비로소 반짝이는 존재가 되는 것

인연의 밤하늘에서 인연의 빛을 밝혀 나를 반짝이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

 

위의 글은 작년 9월 침샘 암으로 세상을 떠난 최인호 작가의 유고집 \"눈물\"에

올려져 있는 글이다

 

지난 주말 사당동에서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반갑다며 서점으로 나를 냅다 끌더니

자기 것 한 권 내 것 한 권 그렇게 책을 두 권 마련해서 내게 건네준다

자~ 선물이야~~

그래서 읽게 되었던 책 \"눈물\"

 

책의 페이지 분량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데

지하철 출퇴근하며 때로 집에 와 늦은 자정까지 곁에 두고 폭식하듯이

이틀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사는 게 별것도 아닌데

60대 나이에 칠십도 못 살고 서둘러 먼 길 떠난 최인호 작가

 

책의 끝 부분에 각계에 지인들이 그를 추억하며 남긴 추모사 글들을 읽는데 너무도

가슴이 찡하였다

 

고2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일찍이 작가의 길로 들어선 최인호 작가

 

별들의 고향,고래 사냥,겨울 나그네로부터  천주교 주보에 고정으로 실렸던 글까지

생전에 많은 사람의 감성을 흔들어 놓았던 분이셨다

 

생각지도 않다가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책 한 권은

요즘 정신적 육체적 일상의 달라진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헉헉 아니 캑캑 거리던 내게 있어

한줄기 시원한 바람? 청량제? 아무튼 뭐 그런 느낌이었다.

 

한 번의 이직 뒤로 만 10년을 같은 직장에 머물며 늘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반복적으로

맴돌며 지내왔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회사 사정상  명동 센터로 단기 파견 근무를 나가고 있다

 

지난 6월에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었고 퇴원 후 열흘 정도 부담 없이 홀가분

휴식을 취하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건강이 회복되자

슬슬 따분한 고독과 여러갈래 번민이 찾아들기 시작하였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더니

일할 때는 그렇게 쉬고 싶었는데 또 쉬니까 거참...

 

정신없이 일에 묻혀 바쁘게 지낼 때는 한가로운 시간이 오면 먼 곳으로 여행 가야지

노래를 했건만 막상 쉬면서 시간이 널널해지자 계획했던 여행은

그저 한여름 밤의 꿈으로만 지나가고 있었다

 

우선  동행 할  친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무개는 얼마 전 태어난 손주 탄생으로 딸 산후조리 해야 하고

아무개는 다른 조건 다 좋은데 여행 떠날 경제적 여건이 안된다 하고

아무개는 시어른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니 여행은 무슨 여행이냐고 했다.

 

별수 없이 그냥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차 

 

하루는 직장에서 조심스럽게 내게 연락이 왔다

건강은 어떠하신지? 그래서 이제 그만하다고 회복이 되어 다시 일 시작해도 된다고 답을 하니

잠시 한 달 반 정도 단기로 명동 센터 파견 근무가 있는데  이제 다시 복귀하심이 어떠냐고~

 

그러면서 뒤이어 내게 묻는다

기존 급여보다 상당 부분 페이가 낮은데 가능 하시겠느냐고 본사도 일이 없어

무급 휴무에 곧 들어 간다면서...

 

잠시  제시한 근로 조건이 마땅치 않아 주춤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동안 일없이 혼자 우두커니 지내는 시간이 하도 힘들어서

그러마 승낙하고 7월 중순부터  대한민국 금싸라기 땅 명동에서 올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퇴근 후 명동 골목길을 걸어가노라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 난다

 

복잡한 거리 속에 부딪기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가며 나는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나는 지금 나 홀로 자유 여행을 왔고 수많은 관광객과 더불어 멋진 여행 중이라고

그러다 대형 의류 판매장에 들어가 잠시 시원한 냉방 장치에 몸도 식히고 여름 상품 70%까지

파격세일하는 옷들도 뒤적여 본다

 

명동거리 좌판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늘 그게 그것 같은데

낯선 나라에 여행 온 관광객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인지 짝퉁 샤넬 지갑도 만지작거리고

화장품 판매장 앞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빨간 반짝이 헤어밴드를 한 아가씨가

일본말 중국말 한국말 3개 국어를  능통하게 번갈아 가며 사은품으로 주려는지 볼펜, 플라스틱 부채,

얼굴팩까지 양손에 들고 호객 행위에 열심이다

 

작년 가을 9월에 아들 결혼하고

올해 봄 딸마저 결혼하여

셋에서 둘을 빼니 달랑 나 혼자 남게 되었다

 

남들이 그랬다 혼자여도 끼니 거르지 말라고 그리고

아침 절대 거르면 안 된다고

 

그런데 아침도 거르고 점심도 저녁도 대충대충 나를 위해 나 혼자 먹자고 밥도

반찬도 하기 싫고 어쩌다 모처럼 만든 반찬을 조금 먹다 버리는 것도 귀찮았다

 

그렇게 두어 달을 지내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저항력이 떨어졌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서 바로 입원하여 여러 날 죽게 앓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감수해야 하는 이겨내야 하는 일련의 홀로서기 과정이 아닐까 싶다

 

늘 아침마다 같은 길만 걷다가 십 년 만에 다른 길을 걸어가며 처음 며칠 출근길은

2호선 4호선 환승하며 만원 승객 속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러다 얼마 지난 요즘  

사당에서 명동까지 가는 당고개행 4호선 지하철 차량을 두 번 정도 그냥 통과해 버리고 나면

다음 세 번째 차량이 빈 차로 사당에서 출발하여 편하고 쾌적하게 명동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 저래 인생은 늘 무한도전인가 보다

 

책 선물과 함께 친구가 그랬다

 

너 그거 아니?

 

네가 지금 눈물 흘리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건 그건 말이야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를 위해 기도해준 덕분이래~~~덕분~

 

아~ 그래

\"눈물\"

 

요즘 난 눈물보다는 웃음

아니  웃음보다는 체념?

아니 긍정?

아무튼 친구의 말처럼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준 덕분

아무렴 그렇고 말고

그랬겠지 그랬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