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방학을 했다.
윤지가 전화를 했다.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할머니 집에 오렴.\"
\"정말?\"
수영복을 챙겨서 온다는 말에 인터넷을 뒤져서 오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수 있는 수영장을
물색했다.
대부분 수영장이 강습 위주로 해서 유아들 자유수영이 없다는 대답이었지만 끈질기게 찾아보니
한군데 갈수 있는 수영장이 있었다.
\"어머니가 저보다 나으세요.\"
며늘아이가 좋아라 한다.
\"할머니도 수영복 가져왔어?\"
윤하가 묻는다.
\"그래.\"
미끄럼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아이들을 받아주고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에 나도 취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과일을 먹였다.
아이들이 잘도 먹는다.
포도를 까서 씨를 빼고 입에 넣어주니 제비새끼처럼 둘이서 입을 크게 벌리며 기다린다.
내 손이 바쁘다.
배가 빵빵해진 윤하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윤하 배가 빵 터지게 생겼네.\"
내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새초롬하게 대답을 한다.
\"할머니 배도 빵 터지게 생겼어.\"
지도 보는 눈이 있단 말씀이지...
나도 살을 좀 빼야겠다.
며늘아이와 나는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화장실에 준비해놓은 아이들 쓰레빠 두개가 마음에 든다고 좋아한다.
예뻐서 무심코 샀는데 쓰레빠에 만화의 주인공이 붙어서 좋단다.
침대를 아이들과 며늘아이에게 양보하고 내 잠자리는 바닥에 깔았다.
\"난 할머니랑 잘래.\"
윤하가 내 옆에 와서 누웠다.
잠시 내 팔을 베고 누워 있던 윤하가 내게 묻는다.
\"할머니 용감해?\"
\"응. 할머니 용감해.\"
\"호랑이가 와도 안무서워?\"
\"그럼. 안무섭지.\"
\"할머니 정말 용감하지?\"
\"그렇다니깐.\"
\"그럼 윤하가 엄마한테 가서 자도 안무섭지?\"
그것이었다.
엄마한테로 돌아가고 싶은데 할머니에게 미안해서 자꾸 용감하냐고 물었던 것이다.
다음날은 윤지가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해서 근처 롯데리아도 가고 부채를 사달라고 해서
다이소에도 갔다.
\"엄마! 나 할머니집에서 하룻밤만 더 자고 가면 안되?\"
\"아예 할머니랑 살아라.\"
\"그건 아니고 딱 하룻밤만 더 자고 싶어.\"
허락을 받고 아이들은 우리집에서 이박삼일을 보냈다.
다음 주에는 아빠랑 일박 이일을 우리집에서 할 계획이라고 한다.
놀이터도 한가해서 각각 그네를 타도 누가 차례를 기다리지 않으니 좋단다.
며늘아이와 아이들은 저녁을 먹은 후에도 놀이터에서 장시간 보냈다.
\"할머니집 너무 재미있어.\"
윤지가 만족해 한다.
할머니 용감하냐고 자꾸 묻던 윤하가 생각나서 혼자 웃는다.
정말 용감한 할머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