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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의 생명


BY 비단모래 2014-07-20

들풀의 생명

일요일 아침

시민대학 강의가 있어 분주히 나오던 길이다.

아파트 마당에 서 있던 누군가의 차에서 정말 신가한 생명을 만났다.

운전대 문 밒 조그만 틈새에서 망초대 하나 자라고 있었다.

혹시 차가 스쳐 꺾인 가지가 끼어있는 것인가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커가고 있었다.

 

아 저 고귀한 생명력이란...

물론 잡풀의 생명력은 어느것보다 강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저렇게 자동차 틈에다 뿌리를 내리고 크고 있다니 무엇보다 감동이었다.

 

자동차가 다니다 어느 흙밭에서 흙 몇점이 튀었을 것이다.

그곳에 우연히 망초씨 하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 작은 틈에서 망초는 살아내려고 애썼을것이다.

차는 하루에 수십번씩 문이 열렸다 닫혔을테고

뜨거운 아스팔트 길도 달렸을것이다.

그리고 자갈길도 달렸을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못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싶다.

이 차의 주인이 이 풀을 뽑아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너 거기서 살고 있구나

애처롭게 생각했을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주인과 함께 길을 달릴것이다.

주인이 차를 세우고 일을 보는 동안 조용히 기다렸을것이다.

그리고 아파트 마당에 세워놓으면 그 밤을 견디고 아침을 기다렸을것이다.

 

그러며 조금씩 조금씩 키를 키웠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차와 함께 할 수 있을 런지 모르지만 그리움의 키를 키우고 자라고 있을것이다.

 

조금 더 크면

주인의 차가 달리는 곳에 거센 바람이 스쳐 몸이 꺾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여 주인이 문을 여닫다가 큰키가 끼여 부러질 수도 있을것이다.

그때 생명이 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명이 아름답다.

그리고 어디서든 살아내는 들풀의 그 생명력이 위대하고 위대할 뿐이다.

아침에 만난 이 들풀 하나가 하루종일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만히 가슴에 물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다.

 

 

 

 

 

비단모래

 

바람 나이테

되풀이 하는 발효와 부패속

말갛게 가라앉은

세월 지나 길을 만듭니다

 

시간의 그릇에 담겨

하나 하나 펼쳐질 때

쌉쌀 달콤하게 우러나는

 

진한 언어의 바퀴는

 

차마

단숨에 마실 수 없는

뜨거운 생의 여정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거듭

거듭

쌓아놓은 소설같은 바람위에

 

어디서든 살아내는

위대한 뿌리는

 

제 각기 무늬가 만들어내는

기록입니다

어디서나 꽃 잎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