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빼기도 못하겠다.
이런 머리로 대학을 어찌 나왔는지 모르겠다.
LH공사에서 보낸 등기물이 도착했다.
6월27일 오전 열시까지 인감증명 한통과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오란다.
계약금 이백팔십팔만원은 수표로 준비해 오라는 항목도 적혀있었다.
이백 팔십팔만원...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얼마라고 했더라...
이백이면 이백이고 삼백이면 삼백이지 뭐 이리 복잡하게 구는건지..
잔금은 더 복잡하다.
천이백구십삼만오천원....차라리 천삼백을 받고 말지..
더하기를 해본다. 왜 이렇게 더하기도 어려운건지...
치매가 왔나...
천오백팔십일만 오천원.. 맞나?
매달 월세 십만원만 내면 영구임대라는것은 확실히 기억한다.
암튼 좋다. 드디어 이 집에서 나간다.
2010년 3월 1일에 독립만세를 부르면서 들어왔을때엔 양주댁에게서 해방된 기쁨만 있었는데
어느새 욕심이 커져서 이곳을 떠날 궁리만 했다.
27일에 계약금을 내면 제비뽑기를 해서 동 호수가 정해진단다.
칠단지에 열여섯평은 두집만 비어있다고 했다.
1407호와 505호..
집을 볼수 있는 권리도 그날 생긴다고 한다.
어느 집이 걸리든 감사하다.
욕심을 더 키우지 않기로 한다.
개인 우편함이 따로 있고 화장실에 세면대가 있는 집으로 가는데 무슨 욕심이냔 말이다.
서류를 받은 날부터 잠이 깊이 들지를 않는다.
버릴 물건과 가져갈 물건들을 정하느라고 머리속이 복잡하다.
어느 날은 다 버리고 어느 날은 다 싸잡아 안는다.
7월5일로 이사 날자를 잡았다.
이삿짐 센터와 계약도 했다.
집주인은 집이 나가지도 않았는데 미리 돈을 내어놓는 사실에 대해서 엄청 생색을 낸다.
정기예금을 해약했다나..뭐래나.. 그런다.
고맙긴 하다.
집 나간 뒤에 주겠다면 그 또한 난감할뻔했다.
집주인 잘 만난거 아실래나 몰라.. 그런다.
알죠. 왜 모르겠어요.. 나답지 않은 말을 하면서 소름이 끼친다.
젠장... 속으로 욕이 나온다.
이것도 집이라고 집 가진 유세라니..
비가 새는 천정은 온통 곰팡이구먼...
야..나도 왕년엔 말이지..
에고... 말을 말자.
옷을 한보따리 버리면서 생각했다.
다시는 터미널 나가서 만원짜리 팔천원짜리 주워오지 않으리라.
누가 나 좀 말려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