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크지 않은 땅을 샀다.
당장 큰 돈이 있어서 산게 아니라 5년 동안 매달 일정액을 조금씩 갚아 나가기로 하고.
지난해 늦 가을에 그 땅을 사고 자그만한 오두막을 지었다.
시골의 야트막한 산자락이라 농사용 저수지도 하나 있는 조용한 곳이다.
일단 그 땅에서 저수지를 내려다 보면 마음이 많이 편하다.
크게 높지도 않고 크게 넓지도 않은 땅에 이런저런 야생화들을 심었다.
늦가을에 심었던 나무들에서도 움이 돋고 낮은 야생화들은 자잘한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간단한 취사도구들을 갖다두고 쉬는 날에는 냄비밥에 김치 한가지만 있어도 진수성찬이다.
호미를 들고 요기조기 콕콕 땅을 파고 봄꽃들을 심는 날에는 촉촉하게 봄비가 내렸다.
바람이 불면 소나무들이 쏴아아~파도소리를 내 주기도 한다.
그 동안 마음만 부자였는데 이제는 진짜 부자가 된 기분이다.
비록 5년 동안 착실히 갚아나가야 하는 융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무슨 농산물이 많이 나와서 돈이 되는게 없지만 돈으로 환산이 안되는 행복이 있다.
보라색 제비꽃이 낮게 피어 있어 행복하고, 시원하게 불어주는 한줄기 바람에도 행복하고
저수지에 유유히 헤엄치는 청둥오리가 일으키는 파문만 봐도 행복하다.
그 땅을 사면서 쓸데없는 욕심들을 비우기로 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했다. 장날마다 사들이던 화초들은 이제 그만.
그 동안 화분에서만 키우던 화초들을 땅에 심었더니 얼마나 활짝 싱그럽게 피던지....
꽉 끼이게 축소형으로 자라던 화초들이 땅의 기운을 받고 날마다 더 녹음이 짙어진다.
자잘하게만 피우던 꽃을 통통하게 꽃송이도 크다.
쉬는 날마다 올라가서 잡초도 뽑고 어제는 상추를 한 골 심었다.
민달팽이가 좀 먹겠지만 유기농으로 키워서 약처럼 먹으면 될 것 같다.
토마토며 풋고추, 아욱과 시금치도 심었다.
가끔은 그리운 사람들도 불러서 텃밭에서 자란 유기농으로 삼겹살도 좀 대접하고.
5년 미리 행복을 가불한 기분으로 작은 힐링하우스를 꾸며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