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은 자주 안 보는 편이다.
까딱하다가는 그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갈 것 같기도 하고
특별히 큰 소용이 없더라도 저거 있으면 좋겠다 싶어 지를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년인가?
아니면 더 그 전해였던가?
홈쇼핑으로 여름 이불을 샀다가 딱 한번 반품 한 적이 있었다.
화면으로 보았던 제품의 색상이나 품질보다 기대에 훨씬 못 미친 제품이 왔다.
더 정확하게는 쇼핑호스트들의 꿀보다 더 달달한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홈쇼핑을 안보고 안 사기로 했다.
그래도 일년에 한두개는 어째도 사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생활필수품이 주 상품이지만 사 놓고도 크게 사용 안하는 제품들도 가끔 있다.
그럴 때는 남편의 눈에 잘 안 띄는 곳에다가 그 물건을 감춰둔다.
공연히 잔소리를 듣거나 살림 못하는 아내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작년에는 가을에 대봉감이나 홍시를 말리려고 사 놓은 건조기도 남편 눈에 안 띄는 곳에 감췄다.
오늘 삶은 감자를 편으로 썰어서 말려 보는데 어찌될지....
겉옷은 한번도 산 일이 없다.
기능성 속옷 한번
둘째가 하도 탐내기에 화장품 한번 사서 나눠 썼고
세탁세재
냉장고 정리할 그릇 두번
코렐 접시셋트 한번
광파 조리기
휴롬 쥬스기
가그린
운동기구 두번
18금 목걸이 세트 사서 큰딸 생일 선물했고
청국장 만든다고 산 오쿠까지.
그러고보니 꽤 된다.
안 보면 안 사게 되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뭐라고뭐라고 경쾌하게 제품을 소개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고정시켜 두고 한참 동안 그들의 말솜씨에 빠져 들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세상에 그만한 제품은 없는 것 같다.
저거 하나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안사면 마치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보는 사람의 중심을 확~~흔들어 놓는다.
거기에서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지~
어느새 수화기를 들고 띠디띠.....
자동주문전화의 버튼을 꾸꾹 누르고 있다.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지만
정말 말을 맛깔스럽게, 마음을 바꿔먹게, 혼을 쏘옥 빼 놓도록 잘 한다.
자기가 소개하는 그 제품이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완전하고 확실한 제품임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소개한다.
방송 시간 안에 주문을 안하시면 크게 후회 하실겁니다~~
오늘 이 제품 주문하시면 돈 버시는 겁니다.~~(우리 주머니돈을 빼내 가면서??)
매진 가까워 졌습니다. 빨리 주문 하세요~~
지금 방송 시간 안에 주문하시면 일만원 할인혜택에 원 플러스 원의 대박 찬습니다~~
말도.. 말도.. 그렇게 빨리 쏟아 놓는데도 버벅대지도 않고 일사천리 속사포다.
그래서~
나는 사흘 전에 또 그들의 말 솜씨에 넘어가고 말았다.
벌써 두번이나 냉장고 정리함을 산 사람인데 또??
애들이 이사 다니고 기숙사에 원룸을 얻어 돌아다니다 보니
내 그릇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버리고 짝도 안 맞고 막상 정리하려고 들면 뭔가 규격이 안맞고.
핑계삼아 또 지름신을 강림하게 했다.
장마 끝나고 나면 이참저참 집 대청소도 할겸 정리함이 \"원 플러스 원\"이라기에 덜컥 사고 말았다.
입금은 언제나 남편이 하는데 무슨 일로 그러냐기에 그냥 뭐 하나 샀다고만 했다.
물건이 도착하면 들통이 나겠지만 반품이야 할려구~
이번에는 넉넉하게 오니까 냉장고 정리를 확실하게 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