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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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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BY 새우초밥 2013-06-21

 

 

 

    아침부터 또 비가 내릴려고 준비를 하는지 구름들이 잔득 몰려와 있다.

    갑자기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데 오늘 하루는 또 얼마나 더 더울지

    오늘 금요일 병원가는 시간에는 힘없이 지하철 타러 내려갈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내 심정은 20년전,

    처음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단서를 받고는 그 진단서 밑에 이 사람은 신장병으로 평생을

    지내야 한다는 글자를 보고는 처음 낙담을 했었다.

    집으로 갈려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이제부터 나는 어떤식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얼마나 걱정했고 그 걱정은 내 마음의 짐으로 어깨에 올라섰다.

 

    그리고 6년후,

    이식하면서 좋아질줄 알았던 수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때도 나는 실망보다는 그래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참 열심히도 살았다.

    그런데...

    투석 초기 1년차 시절 혈압이 200까지 상승하면서 눈에 안압이 높아졌고 그 영향으로

    눈동자안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실명만은 면할 수 있는지 부산 시내에서 유명하다는 안과병원 10군데를

    부지런히 다니면서 치료를 원했지만 전부 다 실명한다는 통고를 나에게 했다.,

    어느순간에 사고 때문에 팔이 부러지고 그러면 나중에 수술이나 다른것으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가져보지만 후천적으로 실명이 된다면 난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을

    나 혼자 고민을 했다.

 

    그래도 닥 한 군데,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더 가보자는 심정으로 젊은 사람 3명이

    운영하는 안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그 젊은 의사는 한번 고쳐보자고 했다.

    나에게 망막변성과 혈관개선을 위한 약을 처방했었다.

    1년동안 꾸준히 복용하다 보니 눈동자속의 피는 전부 없어져 완쾌되었다.

 

    그 이후 5~8개월만에 한번씩 내원하면서 그 약을 복용했지만 2년전부터 갑자기

    사물을 보고 있으면 아지랭이처럼 보이는것이 떠돌아다니는것을 볼 수 있었다.

    눈동자 앞 부분 보다는 뒷 부분에 문제가 생긴것인데 수술까지 고려하지 못하는

    내가 내원하는 안과병원은 라식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니까 다른 병원으로 한번

    내원해보라고 하면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주셨고 그 병원에서 4시간동안 기다린끝에

    검사 결과는 원래 다니던 병원과 똑같은 의견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요즘은 그 투명한 아지랭이처럼 보이는것은 검은색으로 변했다.

    어제 다시 원래 안과병원으로 내원해서 검사를 해보니 다른 대학병원으로의 검사를

    한번 해보라고 했고 소견서를 발급받았는데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또 다시 눈동자를 키우는 방법으로 진료를 해야 한다는데 그것 한번하고 나면

   2~3시간동안은 앞이 잘 보이지 않기에 예전에 했을때도 병원갈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눈 하나 때문에 인생이 왜 이렇게 실연 당한 사람처럼 힘이 없는지

   이제는 집에서 먼 다른 대학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니 가는것은 문제가

   전혀되지 않지만 또 이런 저런 검사를 해야하는것이 정말 싫다.

 

   21살 그 시절,

   군 입대하기전 몸이 좋지 않아서 동네 병원으로 갔을때 보험카드 받는 창구앞에서

   내 또래의 간호사인 그녀하고 첫눈에 반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녀에게 일주일후 군 훈련소에 가는데 기다려줄 수 있냐는

   부탁을 했고 그녀는 좋다고 했다.

   뜻하지 않는 여자친구 생긴 마당에 훈련소 입소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다림이

   얼마나 좋았는지 한달후 다시 보았을때 그녀와 나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첫번째 데이트하고 두번째 데이트후 나에게는 시련이 찾아왔다.

   그녀가 나에게 헤어자자는 통고를 했다.

   난 그녀에게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사귄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녀는 나에게 고향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오는길에 난 아무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보낸 편지를 찢어달라는 말을 했다.

   어떻게 사랑하게 된 사람인데 쉽게 잊을 수 있을까 너무 무정한 그녀다.

   이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서 볼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데

   그때도 마치 이 눈이 실연당한것 같았고 1년동안 그녀를 잊지 못했다.

   왜 군인들이 애인들 때문에 탈영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때처럼 지금의 나의 눈은 실연같은 마음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가야만 하는지 20년전 집으로 갈려고 걸어가는 그 길속에

   나는 서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