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앞으로 우리의 앞날을 두고 100세시대라고들 한다.
오래오래 사는 건 좋은데 정년은 일찍오고
은퇴 후 30~40년 동안을 뭘하면서 어떻게 살건지?
몸은 그 나이 때까지 버틸만한 건강이 되는지?
오래 사는 축복 속에 건강이 따르지 않다거나
병원에서 수십년을 수감자처럼 생활해야 한다면
그건 장수의 축복이 아니라 고문같은 걸 거다.
스스로 몸을 건사할 건강이 안된다면 자식들한테 큰 근심거리가 된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너무나 힘든 부모자식간의 갈등이 될 것 같다.
며느리들이 전업주부가 많았던 지난 날에는 당연시 되었던 일이
시대가 변하면서는 요양병원이라는 효자시설이 생기게 했을까.
긴 병에 효자없다는 이야기가 공연히 생긴 말은 아닐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요양병원에 모시는 문제나
집에 모시는 문제가 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내 직업은 양로시설의 할머니들을 모시는 일이다.
할머니들만 20년을 모시다보니 친정엄마처럼 느껴진다.
우리 할머니들은 참 복이 많으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회색의 격리된 병동도 아니고 여러 명의 할머니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전쟁의 폐허에서 살아 나온 이야기도 나누시며
매끼니 정해진 시간에 따뜻한 식사에 매일매일의 기도시간이
정신건강이나 육체적인 건강까지도 지켜주는 일이 되는 것 같다.
이 곳 시골에서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대부분 지독한 외로움을 친구삼아 살고 계시는 듯 하다.
낮에 잠깐 마을회관에 모여서 점심을 같이 하고 10원짜리 민화투 몇판에
얼굴색이 화르륵 달아오르는 싸움닭이 되기도 한다.
하루 해가 노루꼬리보다 짧게 남았을 때야 낡은 담요를 접으며
긴 골목길을 터덜터덜 걸어서 외로음을 만나러 마을 길을 걸어 올라가는 뒷모습들.
그리운 자식손주들은 일년에 몇번이나 그 귀한 얼굴을 보여줄지
기다림은 언제나 기린 목이 되는 어르신들의 몫이다.
기약없는 기다림은 속절없이 밤개 짖는 소리에도 방문을 벌컥 열게 한다.
이 곳 할머니들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드리면서
죽음 이 전에 찾아오는 여러가지 질병이나 불편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모습이 아름답다.
90 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도 새 옷에 관심을 보이신다.
입술에 연분홍 루즈를 바르며 뽀얗게 분도 바르신다.
옷 맵시가 살아나야 한다며 브레지어도 착용하시는 모습은
거부감이기 보다는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매일 운동장을 돌며 다리에 힘을 기르시고
오래 사는 것 보다는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며
식사량도 자제하며 조절하신다 .
맑은 정신력은 가장 큰 힘이 되시고.
지금 당장 돌아가셔도 겁나거나 억울할 나이는 아닌데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아플까봐 그게 더 두렵다고 하셨다.
가끔 노탐을 나타낼 경우도 있지만 지극히 단순한 모습이다.
연세도 있는데 그 정도쯤이야.....
전국 각지에서 여러 모습으로 살다가 오신
우리집 할머니들을 모신 20 년 세월 동안
이런 모습들은 닮지 말아야지..했던 적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저런 모습들은 오래오래 마음에 새겨야지...했던 적이 더 많았다.
미리 노년을 살아 보는 실습같은 삶이다.
그러면서 추하지 않게 늙을 준비를 하게 한다.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노인병만 아니라면
조금은 우아하게~
조금은 멋스럽게 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부자여서 호사스러운 것 보다는
그 때까지 내게 남겨진 것으로 여유롭게 늙고싶은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