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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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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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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년의 모습


BY 그대향기 2013-06-20

 

 

 

100세시대.

앞으로 우리의 앞날을 두고 100세시대라고들 한다.

오래오래 사는 건 좋은데 정년은 일찍오고

은퇴 후 30~40년 동안을 뭘하면서 어떻게 살건지?

몸은  그 나이 때까지 버틸만한 건강이 되는지?

오래 사는 축복 속에 건강이 따르지 않다거나

병원에서 수십년을 수감자처럼 생활해야 한다면

그건 장수의 축복이 아니라 고문같은 걸 거다.

스스로 몸을 건사할 건강이 안된다면 자식들한테 큰 근심거리가 된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너무나 힘든 부모자식간의 갈등이 될 것 같다.

며느리들이 전업주부가 많았던 지난 날에는 당연시 되었던 일이

시대가 변하면서는 요양병원이라는 효자시설이 생기게 했을까.

 

 

긴 병에 효자없다는 이야기가 공연히 생긴 말은 아닐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요양병원에 모시는 문제나 

집에 모시는 문제가 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내 직업은 양로시설의 할머니들을 모시는 일이다.

 할머니들만 20년을 모시다보니 친정엄마처럼 느껴진다.

우리 할머니들은 참 복이 많으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회색의 격리된 병동도 아니고 여러 명의 할머니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전쟁의 폐허에서 살아 나온 이야기도 나누시며

매끼니 정해진 시간에 따뜻한 식사에 매일매일의 기도시간이

정신건강이나 육체적인 건강까지도 지켜주는 일이 되는 것 같다.

 

이 곳 시골에서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대부분 지독한 외로움을 친구삼아 살고 계시는 듯 하다.

낮에 잠깐 마을회관에 모여서 점심을 같이 하고 10원짜리 민화투 몇판에

얼굴색이 화르륵 달아오르는 싸움닭이 되기도 한다.

하루 해가 노루꼬리보다 짧게 남았을 때야 낡은 담요를 접으며

긴 골목길을 터덜터덜 걸어서 외로음을 만나러 마을 길을 걸어 올라가는 뒷모습들.

그리운 자식손주들은 일년에 몇번이나 그 귀한 얼굴을 보여줄지

기다림은 언제나 기린 목이 되는 어르신들의 몫이다.

기약없는 기다림은 속절없이 밤개 짖는 소리에도 방문을 벌컥 열게 한다.

 

이 곳 할머니들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드리면서

죽음 이 전에 찾아오는 여러가지 질병이나 불편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모습이 아름답다.

90 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도 새 옷에 관심을 보이신다.

입술에 연분홍 루즈를 바르며  뽀얗게 분도 바르신다.

옷 맵시가 살아나야 한다며 브레지어도 착용하시는 모습은

거부감이기 보다는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매일 운동장을 돌며 다리에 힘을 기르시고

오래 사는 것 보다는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며

식사량도 자제하며 조절하신다 .

맑은 정신력은 가장 큰 힘이 되시고.

지금 당장 돌아가셔도 겁나거나 억울할 나이는 아닌데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아플까봐 그게 더 두렵다고 하셨다.

 

가끔 노탐을 나타낼 경우도 있지만 지극히 단순한 모습이다.

연세도 있는데 그 정도쯤이야.....

전국 각지에서 여러 모습으로 살다가 오신

우리집 할머니들을 모신 20 년 세월 동안

이런 모습들은 닮지 말아야지..했던 적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저런 모습들은 오래오래 마음에 새겨야지...했던 적이 더 많았다.

미리 노년을 살아 보는 실습같은 삶이다.

그러면서 추하지 않게 늙을 준비를 하게 한다.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노인병만 아니라면

조금은 우아하게~

조금은 멋스럽게 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부자여서 호사스러운 것 보다는

그 때까지 내게  남겨진 것으로 여유롭게 늙고싶은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