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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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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캐다?


BY 달꽃 2013-04-02

봄아!

봄아! 안녕!

 

너를  입안에서   조그맣게 불러 본다.   너는 내안 가득 울림이 되어 부드럽게 녹으니 함께 있구나!  느껴지고,  새삼  살아있음이 찡하게 감사하다.

작년 겨울은 눈이 많고 추워 유난히 너를 기다렸는데 너의  우아한  자태를  바쁘다는 핑계로 아주 살짝 짧게만  보는것 같아  많이 아쉽지만, 이또한 씩씩하게 산다는 이유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기다려 볼께.늦어도 좋으니 한번인  너의  청춘을  맘껏  터뜨리길 바래. 

 

실은 며칠전에  쑥을 캐러 갔단다. 아들이 특별휴가를 나온다기에 도다리쑥국을 먹이고 싶었고 또 쑥이 캐고 싶어  손이 근지근질  하더구나 .작은칼. 베낭 . 물통. 비타민두알. 수첩. 시집한권.( 가끔 바다를 보며 아무곳이나 펼쳐서 소리내어 읽으면, 작은 무대 주인공이  된 기분이지. 바람이 듣고 가고 햇살이 간지럽게 맞장구치고 새들이 종알거리며 시평을 하고 )과 남산으로 출발했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가던  설레임처럼  발걸음은 기분좋게 쑥쑥 단걸음에 도착했다. 남산 입구에서 부터  모든  시신경은  촉각을  곤두세워  쑥을 흝었지.  등산로  입구를  헉헉거리며  올라   한숨  돌리기도  전에   놀이터  앞쪽에서  한무더기의  쑥을 발견 . \"얘들아 !  너희들을  살짝  찌를테니 미워하지말고  맛있는 국이 되어 우리 가족과 만나자\"  이럻게  시작된  쑥캐기는  햇살이  슬금슬금  내등을  타고  오르고,  바람이 간질간질  만져도  끝나질  않았단다. 봉지 안에 쑥은 쑥쑥 올라와 손밑이 까맣게 변하지만 이 즐거움 때문에 캐고 만져보고 캐고 향을 맡아보고..

 

어떻게 자리를  옮겼는지  쑥을   따라 간 곳은  팔각정 !!  몇몇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더구나  난  그들옆에서  또  쑥을 캤지. 오늘  끝장을 내려는 사람처럼 말이지.  어느 순간 손은 쑥을 캐고 있지만  머리속  많은 생각들이  또렷이  보이는 거야.  어릴때 엄마가  쑥을  캐며  가르쳐 주던것, 아들은  군대에서 훈련을  잘하고 있나? 오늘 범칙금 내야지?  쑥국에  도다리 말고 또 뭘 넣을까?  원장님은 잘있나.  집이 빨리 나가야 할텐데, 딸은 밥을  잘먹고 다닐까?등등  아! !!많은 생각들이 나를 캐고 있었어 .  문득  이런생각도   들었단다.  시장에 나온 쑥들은 쑥이 아니라  캐고 나오신  많은 할머니. 아낙네들의  삶들이 고스란히 딸려온거구나 . 

아픈 삶.  좋은삶. 따뜻한삶.   힘든 삶 . 기도하는삶,  나누는삶. 가르치는삶. 예쁜 욕심을 키우는삶...

 

등을  토닥이는  햇살에  손을  멈추고  쑥을  들여다  봤단다.  제일  안쪽  아주작은  순에서 겉으로 조금씩  커져 튼튼하고  씩씩한 울타리가  된  큰잎을 보니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살아 온  나의 삶처럼 보이더구나 .  코끝 에  가져다  대고  깊이  향기를  마셔  보았지.  찌르르  흘러  들어오는   순간의  하나됨에  모든걸  잊고  온전히  감동할 수 있었단다.  

그때 누군가  지나가면서  \" 쑥 장사 다 굶어죽겠다!\"  하시는거야.  맞아 . 알록 달록  소쿠리에  펼쳐 놓고 하루를 .한 주일을   꿈꾸며  장날에 나오실 할머니 ,아줌마들을  위해  올해  쑥 캐는 것은  이걸로   끝!!   다음  장날에는  어여쁜  쑥들을 만나러  가야겠어.  몇천원에  그들의  쑥을  사와서  아들에게  들려 줄까봐.  우린  쑥국을  먹지만  사실은  어울렁 더울렁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다른이들의 삶을 나누어 먹는다고..

 

 봄아!  국 끊이면  초대할테니  바쁘더라도  와서  한그릇  먹고  얼굴  보여줘  . 4월이  끝나기전에  말이야 .노란 개나리도 , 하얀 목련도, 꽃비가 되어 흩어질 매화도 말이야. 쑥이 향기로 보이던날 밤에 감사함을 잠시 떠올리며  어둠 가득 너를 안아본다.   내일 만날 봄은 무엇으로 인사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