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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21

겨울 지내기.


BY lala47 2013-01-18

원래 숫자에 약하긴 했지만 집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누군가 집 전화 번호를 물어오면 핸드폰 주소록에  입력 되어 있는것을 찾아서 가르쳐준다.

우리집이라고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070 어쩌구 저쩌구....

핸드폰이라는 도우미가 있으니 굳이 외울 필요가 없어진것이다.

노래방이 생긴 이후로 노래 가사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고 네비게이션 덕분에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되었다.

우리가 외울것은 부모나 자식이나 친구의 이름 정도다.

 

귀가 길에 버스에 오래 앉아 있기 지루해서 코트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을 꺼내보니 

서비스 중지라는 글자가 뜬다.

자세히 보니 보이지 않던 비행기 모양이 구석에 나타나 있다.

버스를 탔는데 왠 비행기..

물론 버스를 탔다고 해서 버스가 그려진 적은 없었다.

스마트폰이 내가 비행기에 탄것으로 착각을 한걸까.

여권이 만료가 되었던데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해외 여행할 기회는 이제 없겠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앉아 있었다.

 

옆자리에 학생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앞좌석의 여자도 스마트 폰으로 수다삼매에 빠져있다.

버스 안에 모든 스마트폰이 불통이어야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버스의 잘못은 아닌것 같다.

집에 돌아와 집 전화로 내 핸드폰에 걸어보았다.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켜져 있는데 왠 거짓말을...

핸드폰을 사용해보려니까 비행모드 설정이라는 글자가 나오고 여전히 서비스 중지란다.

 

비행모드 설정이라.. 요놈의 비행기가 문제인것이다.

컴퓨터를 켜서 비행모드를 검색해보았다.

거기에 해답이 있었다.

메뉴에 들어가서 설정으로 들어가서 무선 인터넷 넷트워크로 들어가란다.

시키는대로 하니 비행모드라는 곳에 체크가 되어 있다.

고놈을 해지하니 핸드폰은 살아났다.

내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무심코 고놈을 눌렀나보다.

컴퓨터가 있어서 다행이다.

 

카카오톡에 문자가 와 있다.

카카오톡은 아들 며느리가 다 내 친구란다.

별 세상이다.

우리는 이런 별스런 세상에 열심히 적응을 하며 살아야한다.

자식과의 관계도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혈육과의 관계도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위로 받으려는 기대감은 그 사람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

나를 위로 할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것을 명심해야한다.

그것이 소외되지 않는 지름길이다.

보이지않는 세상이 전쟁같다는 생각을 한다.

 

된장국을 끓이고 무우나물을 만들고 시금치를 무쳤다.

버섯을 볶고 두부를 졸인 후에 차려 놓고 식탁 앞에 앉는다.

혼자 먹는 밥이 맛있진 않지만 내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게 먹기로 한다.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일처럼 생각이 든다.

그 시절 나는 왜 나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쓰지 못했을까.

 

겨울이다.

몸은 춥지만 마음은 춥지 않기위해서 무장을 한다.

무장을 하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감사의 기도가 최고의 기도라던 주일 강론이 떠올라 지금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따뜻한 잠자리와 따뜻한 음식이 마련되었음에 감사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단지 욕심이라고 결론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