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이를 낳았다. 정확히 2008년 9월28일.
하람이를 요람에 담은 간호사는 땀으로 범벅이 된 나에게 가서 샤워를 하란다.
‘뭐...? 샤워를 하라구...?’보통 한국인이라면 출산 후에는 당연히 머리가 떡이
될 때까지 샤워는커녕 바깥바람도 못 쐬게 하는데 이게 무슨 말,,
그러나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하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찝찝하지 않냐 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샤워까지는 그렇게 물수건 정도로 닦겠다고 하고는 하람이를 낳자마자
일어서는데 다리가 갈대마냥 후들후들 떨린다.
개인입원실로 들어갔더니 시원하다 못해 얼음 같은 에어컨이 빵빵.
도대체 적응이 되질 않았다. 이불을 몇 겹이나 칭칭 감고 챙겨온 양말을 신고서야
겨우 어기적어기적 뭔가 상당히 불편한 걸음걸이로(이것은 아기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백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람이를 보기위해 인큐베이터로 갈라치면 휴……. ...
늘씬하고 건강해 보이는 호주엄마들이 나시티에 쫄 바지 차림으로 병실을 드나든다,,,
다들 아기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할 텐데 말이다.
약간의 황달,,솔직히 황인종에겐 정상적인…….? 그러나 백인에게는 황달로 느껴지는 것
때문에 하람이는 얼마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면 참으로 비싸다고 하는데,,,저렴하게 들어놓은
개인보험으로 인해 난 임신하는 순간부터 출산 그리고 산후조리에 까지 단 한푼도
돈을 내지 않았다. 이런점이 호주에 사는 묘미라고나 할까...?
여하튼 하람이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는 나름 산후조리라 생각하며 며칠
family room에 머물며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서양식에 맞춘 병원식은 한마디로 한국 사람에겐 절대 맞지 않는 식단이란 사실이다.
첫날 나온 메뉴를 보자면 물론 약간의 선택은 가능하지만 닭이냐 스테이크냐는
주 메뉴에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이상한 야채스프, 거기에 아무 양념 없이
데친 듯한 힘 하나 없는 시금치 약간... 그리고 쥬스에 과일 몇 조각
또는 푸딩정도라고나 할까...애 금방 낳고 입맛도 없고 이빨도 시린데 정말 미역국이
그립구나,,,,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미역국을 끓여다준 고마운 이가 있어 며칠간 맛나게 미역국을 먹고 또 신랑이 어딘가에서 사오는 듯한 밑반찬과 함께 견뎌나갔다.
그러는 동안 하람이는 병원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황달 아닌 황달을 회복하고
있었으니..ㅋㅋ
참고적으로 호주에서 아기를 낳으면 아기를 바로 목욕시키지 않는다
몇날 며칠이고 아기는 뱃속에서 나왔을 때처럼 약간 비릿한 몸으로 있는다.
왜일까 ? 하여튼 신기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