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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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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


BY 그대향기 2012-12-25

 

 

 

 

아들이 수료식을 하던 날 그 아이도 멀리 충주에서 내려왔었다.

그 전날 포항 가까운 친척집에서 자고 이튿날 포항에서 우리 부부와 만났었다.

아담하고 여리여리하고 가을 코스모스보다 더 가냘퍼 보였다.

아들이 좋아한다니 친구로 인정해 줬지 우리 부부 스타일은 아니었다.

착해 보이긴했지만.

요즘 애들은 보호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날씬하다못해 연약해 보이는 여자 애들을 좋아한다니....

그 아이가 딱 그랬다.

바람불면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할 정도로 날씬 또 날씬했으니까.

 

아들이 6주간의 기초훈련을 다   마치고 수료식을 하던 날

우리 부부와 같이 그 감격스런 순간을 함께 했던 그 아이

작은 키가 못내 아쉬워 팔짝팔짝 뛰어 오르면서 남자친구인 아들을 찾기에 바빴던 그 아이

비가 오던 그 날의 연병장에서 비에 작은 몸이 젖어도 행복해 보였던 그 아이

그 아이가... 아들이 군에 가고 날마다 인터넷으로 사랑한다고 편지를 주던 그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들한테 결별을 선언했단다.

오래 못 기다려 줄 것 같다고.

아들이 군에 간지 얼마나 됐다고.

 

날마다 인터넷으로 보냈던 그 편지가 식기도 전에.

어느 날 아들이 전화를 했었다.

\"엄마...저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어쩌니~~마음 아프겠지만 잊어라.

 몇개월도 못 가서 기다림에 지친다는 건 사랑도 아니다.

 인연이 아닌게다... \"

\"그래도 마음이 안 좋네요.

 착한 아이였는데...\"

\"더 좋은 인연을 기다리자. 아들 마음  단단히 먹고 화이팅~!\"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들이 참 서운한 모양이다.

수료식 후에도 우리 폰으로 그 아인 자주 안부인사를 했었고

다정다감하게 좋은 글도 올려 주던 아이였다.

쉬운 말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던가?

그렇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우리가 연애할 때는 몇달씩 소식이 끊어지고 전화 한통 없었지만

오히려 그 무소식이 사랑을 더 단단히 묶어 준 역할을 했는데..

시대가 바뀐건가?

매일매일 문자 보내고 카톡으로 소식을 실시간으로 해야 사랑을 확인하는건지.

 

아들이  서운해 해도 솔직히 우리 부부는   안심을 했다.

아들의 연애상대는 몰라도 며느리감은 아니라고 생각 했었다.

공부도 꽤 잘한다고 들었지만 몸이 너무 약했다.

농삿집은 아니라  큰 힘 쓸 일은 없지만 집안 살림하기에도 벅차 보였다.

그 여린 몸으로 애기를 어떻게 낳을거며 집안 일은 어찌할 까 싶었다.

여자친구랑  다 결혼까지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공연히 그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체구가 좀 있어야지....

우리 애들이 다 커서 그런지 너무 약해 보이고 작은 사람은 안스러워 보이니 어쩌랴~

키 작고 약해 보여도 야물딱지게 애 잘 낳고 살림도 맵짜게 사는 여자들도 많다.

 

키 크고 싱거운 것 보다는 작아도 야물딱 진 사람이 더 돋보이는 건 사실이다.

키 큰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하는 일이 생기면 실속없다하지만

키 작고 약해 보이는 사람이  실수를 하면 관대하게 봐 주는 것 같다.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올케들이 키가 작고 약해 보이는 반면  하나 있는 이 딸은 키 크고 힘도 세다보니

집에 뭐 옮길 일이나 큰 이불빨래는 어쩌다 쉬는 날이 있으면 나를 붙들고 같이 하자고 하셨다.

\"너거 올케들 시키면 내가 마음이 안 편하고 힘이 딸려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렇더라.

 니가 힘이 쎈 죄다.....ㅎㅎㅎㅎ\"

엄만 늘 그러셨다.

\"여자라도 키도 좀 크고 힘도 쎄야 좋은데 내가 작다고

 니는 크게 태어나서 내 일을 도우라 했는갑다....\"

 

아들은 마음을 정리 한 모양이다.

군에 있으니 확인 할 방법도 없고 헤어지자는 아이 깨끗하게 보내준다고.

그래도 마음이 허전할 것 같다.

보내준다는  그 마음이 온전할까 싶다.

어디 그 마음정리가 두부모 자르듯이 싹뚝 잘라지는  감정이던가?

내 아들이지만   마음이 많이 여린  아인지라.

예쁘게 사랑을 키워가다가 아들이 군에 간지 6개월도 못 가서 쫑 내 버렸으니

대학신입생 1년 동안의 풋풋한 사랑이 한 여름 한줄금 소낙비처럼 지나간건가?

봄볕과 함께 포실포실 곱게 피어나던 사랑이

노랑나비 흰나비 따라잡으며 꽃피우던 사랑이

화이팅을  외쳐주며 날마다 보내주던 인터넷 편지가 뚜욱..끊어지며 끝이 났다.

사랑은 움직이는거래~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