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91

오늘 같은 날.


BY lala47 2012-11-04

한달째 기침이 그치질 않는다.

방사선치료 이후에 오는 증상일수도 있단다.

괴롭지만 그러려니 할수밖에 없다.

언제고 그칠 날이 오겠지.

아님 말고...

이제 모든 상황을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한가지씩 체념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집어넣게 된다.

체념이란 분노를 재울수 있지만 의욕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다.

암이란 놈을 맞이 한 이후에 새로운 증세가 생겼다.

세상에 대해서 너그러워졌다.

모두 그럴만했겠지.. 그런 마음이 앞선다.

죽을때엔 내가 착해질것이 분명하다.

대신 희망이라는 놈을 멀리하게 되었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자신이 없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보일라에 이상이 생겼다는 전화에 집주인 부부가 달려왔다.

집주인은 보일라뿐이 아니라 전기 기술자였다.

이왕이면 고장난 형광등도 갈아주고 선을 점검해주고  창에 비닐도 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자를 놓고 올라가는 일은 자신이 없으니까.

의자위에서 떨어졌다는 친구의 소식은 나를 더 겁나게 했다.

기절까지 했다는 친구는 얼마나 혼이 났을까..

 

치사하지만 내가 환자라는 사실과 독거노인임을 강조했다.

말하고 나니 내가 불쌍한 존재처럼 생각이 들어 좀 우울하긴 했다.

집주인은 내 말대로 해주었다.

바람통이던 창문들에 비닐을 깔끔하게 쳤다.

나는 이제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날것이다.

싹이 날지도 모르겠다.

파릇파릇...

옥상 방수도 다시 했다.

고마운 마음에 잘 익은 김치와 미역국으로 점심 대접을 했다.

 

미사중에 기침이 그치지 않으니 할머니 한분이 내게 사탕을 내민다.

지하철에서도 기침이 그치질 않으니 옆 아줌마가 사탕을 주었다.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지난주엔 남에게 사탕을 두개나 얻어먹은 셈이다.

오늘 미사중에 한 아이가 기침을 계속하기에 내가 사탕을 하나 주었다.

나도 배운 셈이다.

살아오면서 받은만큼 베풀지를 못했다.

세상에 대해서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씨디를 얹어놓으니 처량한 음악이 흐른다.

\"나같은건 없는건가요...\"

라는 노랫말에 피식 웃는다.

청승을 떨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런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할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