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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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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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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흐린날에..문득


BY 꼬뿌니 2012-11-03

나는 누구인가? 글쎄.. 나는 그냥 나다. Ich bin ich..
그러니까 그 \"나\"란 인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가장 합당하고 정확한 표현이 되는가 말이다.
흠..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저 아득한 시골마을 어느 욕심없고 어진 농부의 구염댕이 막내 딸이다.
이는 과거에 그랬을 뿐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담 어느 소도시 경주 최씨 문종의 종부다.
현재도 최씨가의 종부임엔 틀림이 없지만 단순 포지션일 뿐,썩히 선택하고 싶은 \"나\"는 아니다.
음..좀더 늘어놓아 본다면 불도우져란 별명의 최모씨 안식구이며,

쾌활한 여고생 최모양, 정 많은 중학생 최 모군의 엄마다. 우째 이것도 딱히 안 끌린다.
그렇담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대한민국표 씩씩한 아지매다?
육과 영이 건강하고 씩씩한 아줌마가 어디 나하나 뿐이랴..이런 대표 아줌마는 흔하고 흔해 빠졌다.

이것도 시원찮다.
에..나는 꼬뿌니라 불리며 아직 꿈 많고(그래서 잠도 많은가?) 웃음 많고, 남편 말을 빌리자면

퍼주는 걸 억수로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다?
(기왕에 나눔을 좋아하는..이라고 표현해 주면 좀 좋을까마는..쩝~)
나는 나를 움직이고 선택하는 주인이며, \"나\"란 배의 선장이다. 이도 충분치 않지만 그래도 기중 맘에 든다.
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모든게 잘 될거라 믿으며, 나름 맺고 끊는게 확실하고 감추는 거 별반 없는 투명한 사람이다..라고

그간 생각해왔다.
허나, 들여다 볼수록 맑아야 할 내 인생의 수채화는 덧칠로 덕지덕지해진 유화인듯 무거운 느낌은 어찌 설명할 수 있으려나.

나이 오십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하루가 순간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이 한해도 곧 다 지고나면 소위 오학년 줄에 서게 되는 것을.
지천명은 고사하고 가장 잘 알아야 할 자신조차 알수 없는 이 난감한 노릇이라니.. 에효~
뜬금없이 내가 누구지? 하고 옆지기에게 물으니,
너? 이쁜 내 마눌이지.. 그런다.(저눈에 콩깍지가 벗겨지는 날엔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오겠지?)
10월을 보내고나니 올해의 내 가을도 통째로 떠나간 듯한 허허로움에 생각이 깊어진 걸까?

 

이실직고 하면, 기회가 되어 부모교육에 대한 강의를 듣고왔다.
예전엔 없던 이런 교육이 왜 생겼으며?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요즘 부모노릇 하기가 워낙에 녹록지 않으니, 뭔가 반짝하는 참신한 것을 전문가에게 한 수 배워 올 수 있을까 싶어서 교육원이 물리적으로 꽤 먼곳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찾아가는 열의를 내었던 것이다.
나는 교회에 가든, 어느 강의실을 가든 앞쪽 중앙에 위치한 좌석을 찾아 앉는 습관이 있다.
형제자매가 많은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관심을 받기가 쉽지않았던 유년시절의 환경이

좀더 적극적인 내 모습으로 키워준거 같다.

이번엔 들고나기 편한 뒷쪽에 앉아야 겠다고 작심하고 들어갔건만 선택한 곳은 여전히 앞쪽이다.
갑자기 내가 나의 정체성에 심오한 물음표를 찍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의 초입에서 교수님이 만만한 자리에 앉은 내게 툭 던진 질문이었던 것이다.
아무개씨~! 나는 누구라고 생각 하십니까?
덤덤하게 강의를 듣고 있다가 툭 떨어진 질문에 당혹스러웠다.
대답은 해야겠는데 선뜻 말이되어 나오질 않는다.
아니, 뭐라 표현할 말을 찾을 수가 없는것이다.
우물거리며 \" 나는 아무개라고 불리며 잘 웃는 사람입니다\" 라고 겨우 대답하니
듣는 이도, 말한 나도 흡족하지 않다. 오히려 답답해진다.
요즘 젊은이들은 각종 면접에서 자기소개서 라는 것을 종종 작성해 낸다고 한다.
어디서 나고 자라서 어느어느 학교를 거쳐 이 자리에 섰다는 단순 발자취도 말고,
가족이 몇 명이고 하는 단순 호구조사도 말고
무언가 독창적이고 튀어야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고 들었다.
\"나는 누구다\" 한마디로 일축해서 얘기하라는 조건이 달렸었다면? 그들은 과연 무어라 자신을 표현했을까?
내가 만약 그런 면접에 임했었다면 어떻게 넘겼을까? 볼 것 없이 떨어졌겠지..
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이유가 무심코 가버린 가을 탓만도, 낮게 깔린 회색하늘 탓만도 아닐 것이다.
교수님께선 사춘기에 접어든 내 자녀들도 가끔씩 문닫아 걸고 이런 류의 고민에 빠져든다 하셨다.
쟤가 왜저래? 우리 애가 이상해졌다고 어른들이 갸우뚱거리고 있을 때, 그때.
딴에는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중인 거라고..
통제나 강요보다는 자율성을 복돋아 줄수 있어야 한다며 방목하라 하신다.
양식보다는 자연산이 훨씬 값어치가 있지않냐는 친절한 비유까지 들면서^^

 

내겐 사춘기의 한복판에 있는, 방년 중3 아들 녀석이 있다.
곤석은 용돈이 좀 모아지면 배운적 없는 사투리까지 쓰면서 멋적게 내게 묻곤 했었다.

\"아지매요. 머 갖고 싶은거 없슈? 나랑 칼국시 먹으러 갈끄나?
아참~ 건강검진 받을라면 얼마면 되남유?\"

따뜻한 맘을 지닌 녀석이라 에미건강이 염려됐던지 건강검진을 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코묻은 돈으론 택도 없음을 얘기하면 미안해하며 보태서 하라던 아들이다.
그런 아들을 성적이 부진하단 이유 하나로 머리는 집에 걸어두고 날마다 가방과 교복만 학교 갔다 오는거냐구 야단 쳤었다.
말없던 녀석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요즘 고교입학 원서를 쓰는 시기가 되었다.
공부를 싫어하지만 대학은 가야되겠고, 아들은 인문계와 전문계의 기로에서 갈등 중이다.
어느 개그맨의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이란 외침이 귓전에 맴도는데
\"참 착한 학생이에요.너무너무 착해요\" 기분 좋아야 할 칭찬이거늘 담임 선생님의 그 \'너무너무\'란  수식어가 
좀 거슬리는건 왜지?
무조건 남보다 앞서고 이겨야만 한다고 부추기는 차가운 현실이잖은가.
그렇다고 그 1등하는 자가 꼭 행복할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마는..

암튼, 내 자식은 나보다 좀 더 행복하게 잘 살았음 하는 바램이 모든 엄마들의 공통 된 마음이겠지.


나 어릴적엔 부족한게 많았지만 그 때문에 불행했던 기억은 없다.
부족함 속에서도  나누며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미덕의 가르침이 있었다.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부모와 자녀간 사이는 자꾸 벌어지고 가족간에도 소통이 어려운 세상..
그래도 부모는 가장 가까이 있는 최초의 선생이고 지도자이며, 최초의 모델일 수 밖에 없기에
자녀 교육도 중요하지만 부모교육도 필요하고 중요한 거란다.

사랑을 받아본 자가 사랑을 줄줄도 안다며 많이 사랑해 주라 하신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다.
아무생각 없이 시계추처럼 왔다리 갔다리만 하는것 같아 보여도
나는 무엇이 될까?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진로문제로 혼자 고민이 많았을 아들 녀석을 생각하니 애처롭다.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 아들! 엄만 항상 네 편..알라븅♥.. ) 문자하나 날려주고,
여기저기 둘러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제각각이다.

나를 많이 닮았으면서 재미있게도 나하고는 전혀 다른 아들이다.

나의 기대에 빗나간다 해도 아들의 선택을 믿어주고 존중하리라.
필요한 정보도 찾아 주어야겠다 . 공부하란 잔소리도 줄여 보리라.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 다른 사람이 되려하지 말고 누구보다 지금의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 주렴..
이렇게 말해 주면 알아 들으려나?  너무 어려우려나?


문자왔숑~ ( 나두 사랑햐요.ㅎㅎ^^  ) 아들에게서 답장이 날아왔다. 입가에 미소가 번져온다.
창으로 옅은 햇살이 한줌 들어와 있다.
겨울이 성큼 골목 어귀에 까지 다다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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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역시 나는 나야 ^^

지금의 내가 그냥 좋다.